인터뷰이 한국전기연구원 최규하 원장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
미국의 공상과학 소설가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에 나온 말이다.
많은 이들이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지만, 이미 5차 산업혁명이 우리 곁에 와 있을지도 모른다.
미래를 선도하는 전기기술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전기연구원의 최규하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원장님 안녕하십니까? <KTL TRUST> 웹진 독자 여러분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KTL 임직원 여러분, 그리고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국전기연구원 원장 최규하입니다. 온 세상이 화목하고 따뜻한 5월 가정의 달에 여러분께 인사드리게 되어 대단히 반갑습니다. 먼저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KTL에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지난해 11월, KTL과 한국전기연구원은 MOU 체결을 통해 인연을 맺은 바 있습니다. 좋은 계기로 양 기관이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이 잘 마련된 만큼, 상호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도록 저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Q. 국내 유일 전기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이 어떤 곳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입니다. 경상남도 창원에 본원을, 그리고 경기도 안산과 의왕에 분원을 두고 있으며, 2020년 6월 완공을 목표로 광주분원 설립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업무 분야는 말 그대로 여러분에게도 친숙한 ‘전기기술’입니다. 전기를 주위를 밝혀주는 빛 정도로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대부분이 전기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분야가 매우 다양합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국가 기간산업인 전력망 및 전력기기 연구 분야부터, 반도체 및 나노신소재 등의 첨단기술, 전기차와 전기선박 등에 활용되는 전기추진 응용기술,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전기의료기기 기술, 그리고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가는 미래지향적 기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전기와 관련한 ‘연구개발(R&D)’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전기연구원은 전력기기 국가공인시험기관입니다. 차단기나 변압기, 케이블 등 전력기기들이 여러 상황에서도 문제없이 잘 작동하는지 여부를 시험하고 인증서를 발급하는 ‘시험인증’ 업무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Q. 취임사에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출연연구기관, 국익 중심의 공적 역할과 미래 핵심 가치를 선도하는 세계 최고 전문연구기관으로서 시대적 책임을 다하는 ‘GLOCAL(Global + Local) KERI’를 비전으로 삼아 세계 최고 수준 전문연구기관으로 성장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신경 쓰고 계신 부분이 있을까요?
GLOCAL이라는 용어는 제가 40여년 간 몸담았던 건국대 충주캠퍼스 이름이기도 합니다. 즉 미래 세계를 선도하는 세계화된 연구기관이자 국민과 국익을 우선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연구기관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비전의 달성이야말로 출연연구기관이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그 고유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존재감을 인정받는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삶과 동떨어진 과학기술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국민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더 많은 구체적 성과를 창출해 주길 소망하고 있습니다. 이에 전기연구원은 초연결·초고령 사회, 친환경 기술, 안전과 생명 등 국민을 위한 성과는 물론, 경제 활성화나 에너지전환 등 국가의 정책 방향에 부응하는 결과물을 창출하려고 합니다.
또한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기술 개발에 힘쓰는 만큼, 우리 연구원도 미래를 위한 혁신기술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새 시대에 맞는 전력기기 및 에너지 시스템 개발, 전기추진 및 전동기 고효율화 등 연구원 고유의 기존 연구 분야는 더욱 발전시키면서, 로봇과 플라잉 카(Flying Car) 등 미래 시대가 요구하는 연구 분야에서 이를 선도하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개발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Q. 지난해 11월, KTL과 연구개발 역량 및 시험평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앞으로 KTL과의 업무협력 방안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KTL 진주 본원과 한국전기연구원 창원 본원은 지리적으로도 인접해 있습니다. 또 업무도 비슷한 분야가 많습니다. 영남권 대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상호 협력을 통해 경남지역 산업 및 경제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시험인증 분야에서 KTL은 전기 분야를 비롯해 정보통신, 기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험인증 업무를 수행하는 국내 유일의 공공 종합시험인증기관이고, 전기연구원은 연구개발이 중심이긴 하지만 1976년 설립 당시 ‘한국전기기기시험연구소’라는 이름으로 태동한 전력기기 국가공인시험기관입니다. 시험인증 분야에서 국가가 인정하고 또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은 양 기관이 보유한 선진 기술들의 교류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수출 저변 확대 마련 등 높은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입니다. 또한 연구개발 업무에서도 의료기기나 전기재료 등 공통의 분야에서 공동연구와 기술 및 인력교류 등을 활발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KTL과 한국전기연구원은 유사한 분야가 많은 만큼 경쟁자라는 생각보다 함께하는 동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상호 협력을 강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양 기관 모두가 국가를 위해 일하는 만큼, 비효율적이거나 중복되는 업무는 이해와 양보를 통해 해결하고, 각자의 강점은 차별성 있게 발전시켜 나가는 등 서로 간의 효과적인 역할분담을 통해 양 기관이 든든한 동반자로 함께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Q. 한국전기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제 3자 독립 시험 인증기관으로서 저압에서 초고전압에 이르는 전력기기 제품에 대한 종합적인 시험 평가, 검사 및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력기기 산업 동향 그리고 이에 따른 연구원의 시험인증 소개 부탁드립니다.
전 세계적으로 전력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신규 발전설비의 확충과 고효율 발전설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러한 설비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안전성과 신뢰도 향상이 무엇보다 요구됩니다. 따라서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이 시험적체 없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인증시험을 받을 수 있고,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인증서 발급을 통해 수출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기반을 마련해주는 전기연구원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제조업체들이 해외에 물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인해주는 시험성적서나 인증서가 필요합니다. 전기연구원의 시험인증 업무는 제조업체들이 만들어 낸 전력기기들이 악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로, 엄격하고 복잡한 시험절차를 완벽하게 통과한 전력기기에만 시험인증서를 발급해 주고 있습니다. 발급된 인증서와 시험성적서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국내 전력기기 제조업체들이 외국 시험기관에 비싼 시험료를 지불할 필요 없이 편리하게 시험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국내 업체들의 수출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전기연구원의 시험인증 분야는 지난 40년간 끊임없는 설비 구축과 시험노하우 축적으로 세계 3대 국제공인시험인증기관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높은 수준을 자랑합니다. 시험설비 규모 기준으로 보면 네덜란드 KEMA라는 기관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 각국에서 연구원의 시험설비 구축 노하우를 배우려는 협력 요청도 쇄도하고 있습니다. 중동지역에는 조만간 우리의 기술로 만든 시험설비도 들어설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원장님의 앞으로의 포부와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옛말에 농사가 천하의 큰 근본이라는 뜻의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전기가 중심이 된 ‘전기천하지대본(電氣天下之大本)’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미래의 우리 주요 산업은 전기산업이 이끌어 간다라는 신념으로, 국내 유일의 전기전문 연구기관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임직원 모두가 열심히 업무에 매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훌륭하신 분들이 계신대도 이번에 저에게 인터뷰 기회를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고 또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남은 임기 동안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우리 한국전기연구원이 많은 분들께 더욱 인정받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