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 기술 협회(The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이하 CTA)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정보통신기술 융합 전시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이하 CES)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2023년 1월 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173개국에서 3,2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했고, 약 11만 명의 참관객이 방문한 역대 최대 규모의 CES를 기록했다. 또한 이번 CES 2023에는 한국기업 약 550곳이 참가했는데, 이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다.
1967년에 시작된 CES는 가전제품 전시에 집중했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큰 변화가 생긴 IT 산업의 흐름을 반영했다. 행사 메인 포커스를 가전이 아닌 기술에 집중했고, 이에 전시 품목들은 자동차·인공지능 등으로 확장되었다. 결과적으로 CES는 세계 곳곳의 혁신적인 첨단 기술을 선보이는 장이 되었다.
또한 CES에는 소매업체·공급자·제조업체·스타트업 모두가 참여하여 기술과 관련된 생태계 그 자체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전 세계의 테크 기업들이 CES에서 자사 제품들을 선공개 한 뒤 제품을 출시해, CES가 한 해의 테크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장으로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얻고자 KTL의 김세종 원장, 디지털산업본부의 송태승 본부장, 글로벌시험인증센터의 김진용 센터장과 신선희 연구원이 CES 2023에 참관했다. 인공지능(AI), 5G. 자동차,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로봇 등 다양한 최신 기술 동향을 원내 사업에 활용하기 위함이다. 또한 해당 행사가 기술력 높은 여러 기업들이 참관하는 자리인만큼 해외 기업의 국내 진출이나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논의되기도 하는데, 그들이 진출 과정 중 KTL을 협력 기관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
KTL은 ▲AI 시대의 뱅킹(Banking in the Age of AI) ▲포용성을 향한 핀테크의 추진력(Fintech's Push towards Inclusivity) ▲주요 광물, 전자 제품 및 배터리를 위한 순환 경제를 위한 노력(Working Towards a Circular Economy for Critical Minerals, Electronics and Batteries) ▲지속 가능한 가전 제품의 시대(The Era of Sustainable Consumer Electronics)세미나에 참석했다.
또한 행사장 내 LG전자 등의 전시관을 투어하고, 주요 부스들을 방문하기도 했다. 여러 기업과의 면담 시간도 가졌다. ▲한국 충전기 업체(대영채비) 대표 ▲글로벌 시험평가장비 개발기업 Keysight AES(Automotive Energy Solution) Keysight AES Team 책임자 ▲ K-STAR 기업(이랑텍), IoT 혁신기업(앤씰) 대표와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CES 2023의 메인 슬로건은 ‘BE IN IT(빠져들어라)’였으며, 핵심 키워드는 ‘인권에 대한 안전 보장’이었다. 주최사인 CTA는 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안전을 지원할 수 있는지에 주목하며, 이번 CES 2023의 주요 테마를 ▲웹 3.0과 메타버스(Metaverse) ▲모빌리티 ▲헬스테크 ▲ESG와 지속 가능성 ▲인간 안보로 정리했다.
웹 3.0은 인공지능이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만 보여주는 맞춤형 웹’이다. 앞으로는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경험을 더욱 고취시킬 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메타버스다.
메타버스는 3차원 가상 현실을 뜻하며, CTA는 메타버스가 ▲가상화(vitualization) ▲몰입(immersion) 기술이 고도화되는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가상화는 특정 행위를 가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CTA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구현된 가상 세계가 아닌, 쇼핑이나 회의 같은 특정 행동을 위한 메타버스 서비스가 전개될 것임을 전망했다.
몰입은 가상현실(Vitrual Reality)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장비 등을 활용해 가상 공간을 체험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 트렌드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기계 등을 가상 세계에 구현한 뒤 미리 시험할 수 있는 기술로, 만약 실제로 적용된다면 공장 관리가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빌리티는 이동 수단과 관련된 기술들을 일컫는 단어다. 이번 CES 2023에서는 자율주행·전기차·다른 차와 통제 정보를 주고받는 커넥티드 카·차량용 소프트웨어 등 관련 기술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번 기술 적용 또한 육상·항공·해상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가능할 것으로 보여, 해당 산업이 미래 주요 산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CTA는 모빌리티 산업 부문에 ▲안정된 전기차 생태계 ▲자율주행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트렌드가 나타날 것으로 짐작했다. 우선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부품인 배터리와 이를 포함한 하드웨어가 표준화가 시작되어 안정된 전기차 생태계가 갖춰졌다고 보았다. 그에 비해 자율주행 기술은 안정화되진 않았지만, 해당 기술이 승용차·대중교통·농기계까지 적용된 상황으로 미루어 보아 머지않아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최 측은 앞의 두 기술이 발전되면, 그 뒤를 따라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기술이 번영할 것으로도 예측했다. 사용자가 직접 운전하지 않게 될 때, 차량 내에서 즐길 수 있는 기술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CTA는 하드웨어적으로는 차량 내 스크린 관련 기술이,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인공 비서나 프로그램을 총괄할 운영체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함에 따라 헬스케어의 디지털 전환 추세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CES 2023의 전시회에서는 건강과 기술을 접목한 헬스테크 분야의 기술들이 대거 등장했으며, 이들을 분석한 결과 헬스테크 분야는 ▲원격 진료 ▲피트니스테크로 나뉘어 발전될 전망이다.
원격 진료는 원격으로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이지만,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규제가 심해 단기간 내에 해당 산업이 크게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스마트 기기로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피트니스테크 사업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부문이 발전하면, 현재의 건강 상태만을 측정하는 기술을 넘어 병을 미리 진단하거나 예방하는 기술까지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CES 2023에 참여한 기업과 그들이 공개한 모든 기술에는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이 깔려있다. 이로 미루어보아, 앞으로는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에너지 보존과 더 많은 전기 생산, 스마트 도시 건설 등의 기술들이 발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CTA는 이와 더불어 인간 안보 기술도 계속 개발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인간 안보는 1994년 유엔이 만든 개념으로, 다양한 분야의 위험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한다는 개념이다. 이 개념이 기술에 적용된다면 의료 접근성을 극복하거나, 보안 강도를 높이는 등의 기술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최사인 CTA는 CES를 개최하기 전 출품작을 사전 평가한다. 그리고 그 해 최고의 기술을 선보인 약 500개 기업에 혁신상(CES Innovation Awards)을, 그중 가장 혁신적인 기술 20개를 선정해 최고 혁신상(CES Best of Innovatinon Awards)을 수여한다.
주최 측은 올해 CES 2023에서 499개의 혁신상을 선정했는데, 이 중 141개 혁신상을 한국의 기업들이 수상했다. 이는 전체 30%에 달하는 수다. 또한 23개의 최고 혁신상 중 9개를 국내 기업이 수상하기도 했다. 혁신상 141건 중 111개가 벤처·창업 기업의 기술이었으며, 최고 혁신상 9개 중 이 중 5개가 벤처·창업 기업의 기술이라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수상 기업을 포함한 다수의 한국 기업이 스타트업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유레카관에 부스를 차렸으며, 독창적인 기술과 전시로 참관자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삼성전자·LG전자·SK·현대 등의 대기업들 또한 전시회에 참여해, 스마트홈 가전들로 구현하는 초연결 시대와, 자율주행 차 등의 여러 분야의 첨단 기술을 소개했다.
CES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여러 ICT 기업들이 세계에 한국 정보통신기술의 저력을 보여주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질적으로 성숙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CTA는 올해가 IT 혁신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대 초반에는 클라우드·인공지능·로보틱스를 기반으로 한 혁신이 있었다면, 2020년대 중반에 가까워지는 지금은 5G·산업용 사물인터넷·웹 3.0을 기반으로 한 기술들이 고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움직임은 결국 스마트 팩토리·자율주행·메타버스라는 기술들의 번영을 이끌 것이며, 이 시점에 맞이하게 될 변화가 2030년대 정보통신기술의 흐름까지 규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각국의 정부나 기업들이 가장 집중했던 미래산업은 메타버스였다. 메타버스는 관련 서비스·하드웨어·반도체·네트워크 등 다양한 산업이 얽혀 초거대 생태계를 이룬다. 때문에 전 세계의 테크기업들과 국가들이 관련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러한 흐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번 CES에서 증명했듯, 한국은 이미 메타버스와 관련된 강력한 ICT 기술을 가졌다. 그러나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 또한 메타버스 기술에 집중 지원할 예정이라, 국내에서는 기존 기술을 더욱 고도화시켜야 하며 타국과의 차별점을 갖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 외에도 모빌리티와 인공지능이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관련 기술을 내재화해야 한다.
CTA가 예측한 것처럼 올해 그리고 앞으로의 몇 년이 2030년대까지의 세계 산업의 흐름을 결정한다면, 한국은 치밀한 미래 발전 전략을 준비하고 기술 개발에 부스터를 달아야 한다. KTL은 이번 CES를 통해 파악한 신기술과 융복합 제품들의 동향을 원내에 전파하고 KTL의 사업전략을 수립하여 신규 사업 기획에 활용할 예정이다. KTL의 이러한 발빠른 움직임이 앞으로 한국이 만들 놀라운 기술에 녹아들어, 한국 기술이 세계 ICT의 흐름을 주도하길 바라본다.
문의
글로벌시험인증센터 신선희 연구원(shinsh@ktl.re.kr, 02-860-1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