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터울의 직장 내 선후배. 20년에 가까운 경력의 차이가 보여주듯, 이 사이는 결코 쉬운 관계가 아니다. 강산이 두 번쯤 바뀔 만한 이 시간 동안 선배와 후배는 각각 다른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산업표준본부 기계역학표준센터에서 근무하는 문재택 책임연구원과 박진하 연구원을 만났다. 올 초 진행된 ‘청렴 멘토링’에서 멘토와 멘티로 처음 만났다는 두 사람은 멘토링 이후에도 친밀한 선후배로 관계를 다져나갔다. 서로가 서로를 통해 부단히 배우고 다양한 것을 깨닫게 된다는 두 사람의 대화는 마치 친구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
세상의 소리, 그 안에 담긴 진동을 측정하다
산업표준본부에 속한 기계역학표준센터는 계측기에 대한 교정 및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부서와 달리 ‘교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에 어떤 면에서는 특화된 부서로 인식되고 있다. ‘교정’ 업무란 계측기마다의 오차값을 측정하는 일이다. 정확한 교정을 위해서는 교정해야 할 대상의 상태를 정확히 측정하는 게 필요한 만큼, 가장 먼저 오차 범위를 알아보는 셈이다.
“교정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산업 전반에 어려움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한 회사에서 어떤 부품을 만들어 납품한다고 할 때, 부품 사이즈에 오차가 생기면 완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 생겨요. 교정 업무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특히 기계 분야 뿐 아니라 전기 분야, 음향 분야 등 각 분야마다 보다 다양하고 실질적인 교정업무가 필요하죠. 저와 박진하 연구원은 음향 진동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음향 및 소리의 크기, 그리고 떨림 등을 측정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문재택 책임연구원)
계측기에 대한 교정 업무가 일반 대중에게 그리 친숙한 분야는 아니지만, 그나마 음향의 경우 조금이나마 익숙할 수 있다. 최근 삶의 질과 관련해 소음 문제가 이슈가 되는 만큼 일반 대중이 ‘데시벨’ 등의 용어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음향과 소음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층간소음, 건축음향 등에 대한 문제가 우리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거죠. 소방 분야에서도 음향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습니다. 안전에 대비해 화재 경보 크기가 소방법으로 규제 된 상태만큼 잘 유지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거죠. 이 때 많이 사용하는 게 소음계입니다. 저희는 이러한 소음계를 교정하고 있어요.” (문재택 책임연구원)
입사 17년차 VS 7개월 차
많은 변수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게 교정업무인 만큼, 이 일은 올해로 입사 17년차인 문재택 책임연구원에게도 결코 쉽지 않다. 교정 작업 중에는 작은 변화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꼼꼼함과 섬세함, 더불어 침착함과 종합적인 사고 능력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입사한 지 7개월 차에 접어들었다는 박진하 연구원은 “일을 할수록 쉽지 않은 분야라는 걸 느끼고 있다”며 “그래도 문재택 선배님 덕분에 하나하나 잘 배워가는 중”이라고 이야기 했다.
“제가 사회 초년생이에요.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바로 직장으로 넘어 온 케이스죠. KTL이 첫 직장이기 때문에 입사 전 많이 떨리고 걱정됐던 게 사실이에요. 학교 친구들과 선배들한테 사회생활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듣고 왔던 터라, 더 긴장이 됐어요. 잘못하면 정말 큰일난다고들 해서요.(웃음) 그런데 제가 걱정했던 것과 달리 저희 부서가 가족 같은 분위기여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덕분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죠. 전공을 살려서 첫 직장을 잡을 수 있다는 것도 보람되고, 문재택 선배님으로부터 일을 배울 수 있었다는 것도 저에게는 큰 이점이었던 것 같아요.” (박진하 연구원)
입사 17년차와 입사 7개월 차. 경력으로만 봐도 이 두 사람이 엮일 수 있는 일은 좀처럼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문재택 책임연구원과 박진하 연구원은 이미 ‘청렴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멘토-멘티’ 관계로 만난 바 있다.
“박진하 연구원이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저희 회사에서 신입사원의 적응을 돕고 KTL의 업무를 명확히 알려주기 위해 멘토링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청렴 멘토링’ 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죠. 공공기관에 대한 청렴성이 중요한 요소로 지목되면서 진행된 프로그램이었어요. 새로 들어온 신입 연구원과 기존 연구원을 각각 한 명씩 매칭해서 2인 1조의 팀을 만들었는데, 저는 박진하 연구원과 멘토-멘티로 매칭 됐어요. 원래 같은 부서 그리고 동성의 선후배를 매칭해주는데 저희 팀은 여자 선배 연구원 수가 적어서 제가 멘토로 붙게 됐어요. 그렇게 5개월을 함께 활동했죠. 덕분에 이번 사보에까지 나오게 됐네요.(웃음)” (문재택 책임연구원)
듬직한 선배 & 믿음직한 후배로 남길
사보에 나온다는 소식에 처음에는 다소 당황했지만 이내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흥미를 느끼게 됐다는 박진하 연구원은 “문재택 선배님께서 항상 후배들을 살뜰히 챙겨주시고, 신입직원들을 편하게 대해주신다”며 “실제로 후배들 사이에서 문재택 선배님은 ‘신세대’로 통한다. 나이 차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마인드가 정말 젊으시다. 후배들이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도록 먼저 다가와 주시니까 모두 좋아한다”고 이야기 했다.
“청렴 멘토링 마지막 수료식 때 선배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생각나요. 각자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감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는데, 선배님께서 ‘멘토-멘티’를 묶는 이 프로그램의 장점과 단점을 객관적으로 이야기하시더라고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선후배를 팀으로 묶는 것도 좋지만, 나이차가 적은 선후배를 멘토-멘티로 묶어도 장점이 많을 거라고 하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젊은 직원들과 생각이 비슷하시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박진하 연구원)
이에 대해 문재택 책임연구원은 “아무래도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선배와 함께 하다보면, 아무리 편하게 일을 배운다 해도 위축되고 어려운 마음이 들게 마련”이라며 “비슷한 또래 선배와 함께 하면 신입직원들이 보다 잘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선후배 관계로 지낸지 불과 몇 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서로의 장점을 많이 파악했다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언제까지나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운 선후배 관계로 남고 싶다고 했다. 박진하연구원은 “선배님은 말투도 표정도 언제나 웃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시고 실제로 성격도 매우 유하시다”며 “하지만 일을 할 때는 아주 엄격하시다. KTL 업무가 꼼꼼하고 세심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신 것 같다. 저는 다소 털털한 성격이기 때문에 선배님의 꼼꼼함을 꼭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멘토-멘티로 매칭된 동안 일하는 방식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박진하 연구원은 아무래도 젊은 신입직원이기 때문인지, 저희 세대 때는 볼 수 없었던 당당함과 자신감이 있어요. 그 점이 참 보기 좋더라고요. 젊은 기운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함께 있으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얻는 것 같아요. 자신의 의견도 잘 표현하고, 맡은 일을 야무지게 처리한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후배입니다. 입사하자마자 업무상 중책을 맡아 부담이 많이 될 거예요. 그럼에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오히려 욕심을 내서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어려운 상황도 잘 극복하고, 이를 통해 보다 능력 있는 직원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