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늘 그렇다. 산은 어디든 그렇다. 오르는 순간부터 내려온 순간까지, 마주보고 있어도 등지고 서도 같은 감정을 준다. 처음 걷는 산길이라고 어색하지 않다. 산은 산이라서 그렇다. 어디서든 그 울창한 품에 사람을 품는다. 과천에 위치한 매봉산을 찾은 KTL 식구들. 오늘만큼은 이곳의 하늘과 나무와 바람에 동화되어 보기로 한다. 숱하게 우거진 풀 사이로 우리가 만든 싱그러운 싹이 돋고 있다. 이름하야 뷰티풀!
초록의 숨, 함께 호흡하는 숲
현대인에게 하루를 비우는 것은 마음을 온전히 비워야 하는 일과도 같다. 그런 만큼, 바쁜 직장인에게 하루를 통째로 비우고 사무실 밖에서 보내라는 것은 어쩌면 가혹한 일일지도 모른다. 업무가 줄어드는 것도 아닐뿐더러, 해야 할 업무들에 대한 걱정에 오히려 스트레스가 가중될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산에 오르기 전, 몸을 푸는 우리 KTL 식구들의 표정이 밝다. 마음을 비우고, 하루를 보내는 일. 그 어려운 일을 KTL 식구 모두가 해내려는 의지가 돋보이고 있었다. 구호에 맞춰 오른팔을 돌리고 무릎을 돌리면서, 서로의 어깨를 토닥여주면서 안전하게 산을 오르내릴 준비를 마친다.
‘4월이었더라면 진달래가 만발해 분홍빛 황홀한 산길을 걸었을 텐데….’
조금은 아쉬운 마음을 안고 찾은 매봉산 입구는 그야말로 여름을 가득 머금은 숲이 등산객들을 포근하게 안아주고 있는 듯했다. 모두가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도록 화살표 팻말을 들고 등산로 입구를 알리는 경기고객지원센터 이보영 책임행정원. 그녀의 웃음을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매봉산을 처음 찾는 이도, 매봉산이 익숙한 이도 풀이 쓰러진 방향을 보며 길을 짚는다. 그렇게 길은 닦이고 닦인다. 이건 사람이 자연에 그려 놓은 발자국이다. 앞사람이 만든 발자국을 따라 뒷사람은 안전하게 산의 정취를 느낀다. 이것이 모두가 함께 숲에서 호흡하는 방법이다.
뷰티풀 오늘, 뷰티풀 KTL!
조금 오르다보니 갈림길이 보인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 당황할 것 없다. 경기고객지원센터 홍영호 연구원이 중간 지점에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경사가 심해지는 구간이다. 조심조심 발을 내딛는다. “여기 미끄러워요~ 조심하세요!” 앞선 이들이 일러주는 소리에 “천천히 올라가세요! 잘 따라가고 있습니다!” 뒤에 있는 이들이 대답한다.
초행길이라 조금은 길을 헤매기도 했지만, 동료들과 함께여서 괜찮다. 사무실 안에서 말끔하게 차려입은 동료는 없고, 편안한 복장으로 화장도 하지 않은 채 땀을 흘리고 있는 동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난다.
경기고객지원센터 변영안 연구원에게 오늘 매봉산을 찾은 소감을 묻자 “평소 사내 분위기가 정말 가족 같은데요. 답답한 사무실에 있다가 사무실 식구들과 산에 오니, 가슴이 탁 트이고 자연히 기분도 참 좋습니다. 오늘 산행 안전하게 잘 마쳤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밝게 인사를 건네 온다. 함께 걷던 경기고객지원센터 김은범 연구원, 이사무엘 연구원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같은 뜻을 더한다.
매봉산을 찾은 건 우리 KTL 식구뿐만이 아니었다. 곳곳에 산을 누비는 등산객들이 있었고, 근처 유치원에서 소풍을 나와 있기도 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키만큼 자란 풀 사이를 걸으며 “우와 나무도 많고 풀도 많다! 사람도 엄~청 많고!”라 말한다. 줄줄이 늘어진 KTL 식구들의 행렬을 보며 아이들이 꺄르르 거린다.
“편해도 너무 편하게 온 거 아니야? 아이들이 놀라잖아!” 농담 섞인 말에 “맘에도 없는 말 마세요!”라며 유쾌하게 말하는 이들. 지난 50여 년, KTL이 성장의 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사람.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KTL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기술발전을 도모하는 막중한 임무를 다하는 이들의 짖궂은 농담들. 주고받은 시시콜콜한 사담들이 숲을 더 짙푸르게 만들고 있었다. 나무도 웃어 보였다.
다음 계절을 기약하며
오늘의 미션은 매봉산 정상에서 각 조별로 인증샷을 찍는 것이었다. 그리고 저마다 각양각색의 포즈로 찍은 사진을 KTL 단체 게시판에 올려 휴대전화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산행을 마치고 식사를 위해 모인 자리에서 자신들의 조와 다른 조의 사진을 비교하며 현장에서 즉석 순위 발표식을 가지기로 한다. 오늘 산행 계획부터 행사 마무리까지 진행을 맡은 경기고객지원센터 박상우 책임행정원은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을 조별로 호명하며 반응이 가장 좋은 조를 1등으로 선정했다. 2등, 3등… 그리고 순위에 들지 못한 조까지. 결과야 어찌됐건, 산을 오른 모두의 땀은 같으니까. 그거면 됐다. 서로를 향해 박수와 환호를 아낌없이 보낸다. 기념촬영까지 마치고, 오늘 일과를 마무리한다.
지난 가을, 울긋불긋 웃음 짓는 진주 월아산 등반 시간을 가졌었는데, 어느덧 두 번의 계절이 지나고 초여름. 오늘 우리는 따사로운 햇살 가득한 과천 매봉산을 등반했다. 너무 가파르지도, 너무 평평하지도 않은 산길을 걸으며 모처럼 동료의 손을 잡아보는 시간!
모두가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았다. 짧은 산행 뒤로 긴 등산로가 더 생겨난 것만 같은 하루. 사무실 밖에서 만난 그들은 오늘, 회사원의 옷을 벗어두고 자연과 하나, 내 옆의 사람과 하나 되는 즐거운 추억을 쌓고 있었다.
Mini Inter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