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됐다. 누리호는 발사부터 목표 고도인 700km에 오르는 것까지 성공했지만, 3단 로켓 엔진의 연소가 예정보다 46초 빨리 멈춰 위성 모사체를 최종 궤도에 안착시키지 못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지켜봤던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겼지만 전문가들은 누리호가 기술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10월을 뜨겁게 달궜던 누리호. 무엇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누리호에 열광했을까?
같은 초성으로 이루어진 이름 탓에 나로호와 누리호를 착각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로호와 누리호는 엄연히 다른 발사체로, 둘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엔진을 뽑을 수 있다. 나로호는 1단 170톤급, 2단 8톤급으로 구성된 2단 엔진이다. 반면 누리호는 3단 엔진으로 1단은 300톤급, 2단은 75톤급, 3단은 7톤급 엔진이 사용됐다. 2단 로켓인 나로호는 1단을 러시아에서 수입한 것이지만 3단 로켓인 누리호는 엔진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발사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만든 순수 국산 로켓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누리호를 오직 국내 기술만으로 제작하면서 몇 개의 핵심기술을 확보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 핵심기술 중 하나가 바로 엔진 클러스터링이다. 우주 개발 초기부터 사용됐던 이 기술은 엔진을 여러 개 묶어 필요한 추력을 내는 데 사용된다. 이 기술은 엔진 1개가 고장 나도 전체 추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추가적 배관 설계나 추력 제어에 어려움이 있지만, 이런 장점 때문에 우주발사체에 자주 적용된다. 미국 스페이스 X의 팰컨9에는 엔진 9개가 클러스터링돼 있고, 로켓 팰컨 헤비에는 총 27개 엔진이 복잡한 형식으로 묶여 있다. NASA가 다시 달에 가기 위해 개발 중인 SLS 로켓에서도 엔진 클러스터링을 확인할 수 있다. 누리호의 경우 1단에서 75톤급 엔진 4개를 이어붙여 300톤의 추력을 냈다. 실제로 누리호는 700km의 상공까지 도달했기 때문에 75톤급 엔진에 대한 성능과 1단 추진 시스템 기술을 검증해낸 셈이다.
엔진 클러스터링 기술 확보는 재사용 발사체의 기반 기술을 마련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 스페이스 X의 팰컨9은 1단 발사체의 9개 엔진 중 1개를 재사용하는 데에 성공했다. 누리호 또한 추력 제어와 재점화가 가능한 ‘다단연소 사이클’이 적용돼 추후 재사용 로켓 개발도 염두에 두고 있다.
누리호의 2차 발사 날짜는 잠정적으로 내년 5월 19일로 정해졌다. 2차 발사에서는 위성 모사체와 성능검증용 위성이 함께 탑재되는데, 일부 제한된 기능으로 작동하는 위성을 누리호에 탑재해 발사하는 것은 2차 발사가 처음이다. 내년, 2차 누리호를 통해 위성을 목표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로 1톤 이상의 위성을 궤도로 수송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게 된다. 1톤의 실용급 위성 발사국은 러시아,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 등 6개뿐이다.
내년 5월 발사 이후 우리나라는 발사체의 성능을 점검하고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누리호와 동일한 성능을 가진 발사체를 또 만들어 4회에 걸쳐 추가로 ‘반복 발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대략의 일정은 2022년, 2024년, 2026년, 2027년으로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