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개념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워낙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가 크다보니 글로벌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을 정도이다. 자동차는 이전의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움직이는 생활공간’, ‘움직이는 가전제품’은 물론 ‘바퀴달린 휴대폰’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지금의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같은 무공해 개념으로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친환경차라고 간주되던 하이브리드차까지 친환경차 범주에서 벗어나면서 완전한 무공해성을 강조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제 글로벌 제작사 모두 전기차가 아니면 명함을 내밀기 어려울 정도로 무공해차 도입은 필수이며, 그만큼 내연기관차 판매종식이 가까워지고 있다. 4년 후인 2025년이면 노르웨이는 세계 최초로 자국에서 판매되는 내연기관차는 제로로 바뀌게 된다. 이후 2030~2035년 네덜란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의 유럽국가가 내연기관차 판매종식을 선언했고 미국과 우리도 2035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의 수명을 10~15년 정도로 보면 오는 2050년이면 선진국 대부분이 탄소제로 정책으로 진입하면서 내연기관차는 운행자체도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는 뜻이다.
전기차 같은 무공해차 진입은 생각 이상으로 빨라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 할 수 있다. 지난 130여년의 왕자였던 내연기관차가 전기차 등으로 바뀌는 과정이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차나 수소전기차 등과 같은 다양한 친환경차가 중첩되면서 자연스럽게 내연기관차 산업에서 변신할 수 있는 기간이 충분하다고 판단되었으나 이 기간이 약 20년 정도로 줄었고 최근에는 약 15년 정도로 더욱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는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존 자동차 제작사들의 준비도 서툴지만 수직 하청기업인 부품협력사의 준비는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아 더욱 문제가 큰 실정이다. 부품사들의 경우 수익률이 2~3% 수준이어서 연구개발 능력도 없고 정보 입수 등도 매우 약해 새로운 미래차 부품으로의 준비가 너무 미흡하다. 더욱이 3~4차 협력사의 준비는커녕 변화에 대한 변신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부나 지자체는 물론 산·학·연·관의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커녕 일자리 상실과 미래 먹거리 확보도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당장 자동차 정비업의 경우 아예 전기차는 물론 하이브리드차까지 정비를 할 수 있는 기술 확보가 되지 않아 더욱 심각하다. 아예 오는 미래에는 정비조차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올해 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무장한 완성도 높은 전기차가 현대차 그룹에서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노·사간의 협의에서 심각한 문제에 봉착한 사례가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라인에서는 10명 정도가 필요했으나 전기차 생산에는 약 7명이면 충분해지면서 약 30% 일자리는 다른 것으로 옮겨달라는 사측의 요구에 노조는 심각한 충격에 빠졌다. 얘기만 듣던 전기차 생산 현실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당장은 잉여인력을 다른 일자리로 돌렸으나 앞으로 전기차 생산라인이 증가하면서 더욱 심각한 노·사간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대학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교수가 기존 내연기관차 연구를 한 전문가지만 석·박사 과정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쇠퇴하는 학문을 버리고 전기차 등의 학문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명문 대학의 기존 교수들도 학생들을 지원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늘고 있다. 이제 변신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사라진다는 뜻이다. 모든 변화가 사회 곳곳에 나타나고 있고 후유증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고 후유증도 최소화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우선 전기차를 기반으로 다양한 미래 먹거리가 창출된다. 자율주행 기술과 공유모델이 확산되면서 더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물류의 자율주행과 공유모델 확산으로 인한 소유 개념의 자동차 판매 감소,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빠르게 이동시켜주는 자율주행차의 등장, 다양한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무장한 시간과 공간 개념이 없는 메타버스형 플랫폼 사업, 휴대폰으로 연동된 최고의 시·공간 초월 모델 등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먹거리와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다.
둘째로 앞으로는 포장도로만 달리는 자동차가 아니라 하늘을 낮게 나는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인 UAM 사업 등장은 시간문제다. 점차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5~6인승 유인 드론이 활성화되어 오는 2026~2028년 정도면 상용, 승용 가릴 것 없이 도심지를 빠르게 날아서 이동시켜준다는 뜻이다. 강남에서 여의도까지 단 5분이면 이동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교통수단이 들어가지 못했던 험로나 이동이 불가능한 지역에 모빌리티가 진입하는 로봇도 등장할 수 있다. 최근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로보빌리티(Robobility)라고 하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른바 로봇과 모빌리티기 조합된 미래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셋째로 전기차의 단순화로 인한 위탁생산도 가능해진다. 내연기관차의 부품수는 약 30,000개 정도, 그러나 전기차 부품수는 약 13,000~18,000개 정도로 간단명료하다. 여기에 전기차 전용플랫폼으로 무장하면 바닥에 배터리와 모터 등이 설치되면서 덮개만 달리하면 다양한 차량이 양산된다. 이른바 ‘전기차 파운드리’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애플카라는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생산되면 구글카나 아마존차 등도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전기차 위탁생산도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완성도만 다르지 누구나 전기차는 제작할 수 있고 모듈화되면서 더욱 다양한 전기차 등장과 색깔이 다른 알고리즘으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전기차가 등장할 것이 확실시 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이 융합으로 무장한 전기차의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는 뜻이다.
넷째로 미래 모빌리티는 완전히 융합된 인류 최고의 제품이라는 것이다. 단순한 기계 덩어리가 아닌 모든 과학기술의 총합체이다보니 모든 글로벌 기업이 덤벼들기 시작했다. 단순한 자율주행용 라이다 센서는 물론 최근 부족한 차량용 반도체 업체도 한몫을 담당하기 시작했으며,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이 자동차 제작사가 아닌 인공지능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회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휴대폰에 내장된 관리 프로그램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모빌리티를 움직이고 통재하는 수단은 결국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되기 때문이다. 기존 자동차 제작사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 주도권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고 합종연횡도 더욱 커지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는 융합을 누가 잘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합종연횡과 인수합병은 기본이고 적과의 동침과 이종 간의 결합, 컨소시엄 구성 등 더욱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같은 방향을 가진 능력 있는 기업 간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융합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준비와 움직임이 늦을 경우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만큼 시장은 급변하고 있고 미래 먹거리도 급격히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같은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준비는 선진국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규제 일변도의 포지티브 정책으로 사업하기 힘든 구조가 많고 강성노조의 이미지로 국내의 환경은 그리 좋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미래 사회는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의 시대는 가고 이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어야만 생존하는 냉정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미래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로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