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의 일을 평생을 거쳐 이어간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무려 ‘장이’로 살며 세간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지만 속세에서 예의 치켜세워주는 ‘업’이 아님에도 전만배 씨는 56년째
온갖 칼을 만들고 다듬고 벼리는 일을 하고 있다.
“할아버지 때부터 대장장이로 가업이 이어 내려온 지 100년이 훌쩍 넘었네요. 그 중 절반의 세월은 제가
차지하고 있으니 저에게 대장간은 일터라기보다 삶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중학생 때 아버지가 ‘칼 한 번
갈아봐라’해서 처음 손에 쥔 이후 정말 쉼 없이 달려왔네요.”
아버지 대장간을 놀이터 삼아 놀던 아이는 우연한 기회에 재능을 발견했고, 그 길로 학업도 중단한 채 묵묵히
가업을 이었다. 작업복 차림으로 작업대에 앉은 전만배 씨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노련하면서도 여유가 있다.
칼을 연마기 표면에 대고 갈다가 육안으로 날의 상태를 감식하고 다시 돌리기를 반복하는 간단한 동작이지만
누구도 쉽게 그처럼 할 수 없다. 그것이 세월의 힘이고, 그만의 노하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