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의지는 삶을 움직이는 동력이다. 의지는 열정을 동반한다.
일을 완성하는 데 있어서 의지와 열정은 가장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든다.
여전히 굳센 의지로 일을 추진하고 여전히 열정 가득한 꿈을 그리며,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활약하는 前 표준시험연구부 전용호 부장을 만났다.
확고한 의지가 길을 만든다
“여의길상(如意吉祥)”
전용호 부장은 KTL 후배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성인들의 말을 빌려 풀이하자면, “항상 길(吉)하고 상서(祥瑞)로운 좋은 일들은 자기 의지(意志)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결과는 사람에 따라 다르며, 특히 그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이때까지 많은 일을 도맡아 했고 많은 사람을 만난 과정에서 그가 내린 결론은 단 하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의지’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멈추지 않고 계속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산·학·연 모두 경험했죠. 산·학·연을 거쳐 보니, 느끼는 것들이 있었어요. 일은 결국 사람이 합니다. 하지만 똑같은 일도 사람에 따라 결과가 달라요. 좋은 결과를 얻는 법이란, 그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렸죠. 강한 의지, 그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이러한 마음을 토대로 덕을 쌓는다면, ‘도이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 즉, 알아서 덕을 사모하는 사람들이 자신 주변에 모여들 거예요.”
고희를 바라보는 그였지만 여전히 여의길상의 뜻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었다. 늘 바쁘게 살았지만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그였다. KTL을 퇴사한 후 환경관리공단 측정관리처장 사업이사, 강원대학교 교수, 현대건설 전무를 역임했다. 지금은 LID Solution에서 기술 고문으로 활동한다.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삶의 가장 큰 신념인 의지를 제대로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국내 환경오염을 측정하는 일
전용호 부장은 1980년 초 KTL에 재직할 때 ‘공해기기실’에 있었다. 바로 그때 환경부가 설립되었다. 사회적으로는 산업 주도의 경제 성장이 시작되던 참이었다. 환경부는 수질·대기환경 오염 저감 정책을 계획하고 관리하기 위한 데이터가 필요했다. 대기는 SD₂를 포함한 4개 성분을, 수질은 용존산도 외 4개 성분을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자료였다.
“그때 당시 환경부는 환경보전법 제3조(상시측정)에 의거, 대기는 울산, 여수 등 산업단지, 대도시에 수질은 4대강 유역에 ‘수질 오염 자동 측정소’를 설치했어요. 공해기기실이 측정소 관리를 위탁받았죠. 24시간 측정한 수질 오염 정도를 데이터로 만드는 업무를 했습니다. 굉장히 센세이션(Sensation)한 일이었죠. 유지보수는 물론, 측정기 정도 관리와 정확한 Data를 만드는 기관은 우리나라에서 KTL이 유일했죠.”
여러 고정밀 분석기들이 연속적으로 측정되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는 것 자체가 그 당시에는 매우 획기적인 일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KTL이 유일하게 그 업무를 담당했으니, 전 부장이 자부심을 품을 만 했다. 환경오염 측정뿐만 아니라, 측정에 필요한 관련 계측기기도 개발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성과로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와 ‘대기오염 자동측정기’ 개발을 꼽았다. 실용화 단계까지 밟지 못했지만, 그 간의 기술과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과학기술훈장을 받았다. 측정 업무를 보다 격상한 덕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여전히 감개무량하지만,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했을 것이다”며, 전 소장은 소회를 밝혔다.
지금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그때 당시에는 무척 일반적인 일이었다. 사대강에 설치된 측정기가 고장이라도 나면 직접 장소에 찾아가 수리를 해야 했다. 수리가 필요한 지역에 찾아가는 일은 어찌나 힘이 들던지. 지금은 대중교통과 업무용 차량을 이용해 편하게 이동 가능하다지만, 그때 그런 게 가당하기나 했겠는가. 이동의 어려움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측정소가 설치된 장소는 후미진 공간이자, 극한 곳이었다. 그는 “다음날 찾아가면 측정기 아래에는 죽은 하루살이로 가득했어요.”라며, 그때 상황을 묘사했다. 죽음을 목격하는 일은 또 그나마 쉬었지만, 문제는 살아있는 녀석들이었다. 한 번 측정소에 방문하고 나면 온몸이 모기에 뜯기고, 뜯긴 자리는 상처투성이가 됐다. 찾아오는 고비는 언제나 그러하듯, 의지로 버텼다. 전 소장의 의지 앞에서는 고난도 무력해졌다.
“모든 측정기를 우리가 수리했어요. 대부분 아날로그 시대였기 때문에, 측정기가 고장이 나면 회로나 부품 하나하나를 테스트해야 했죠. 문제점을 찾아낸 후 부품을 교체하고 짧은 시간 내에 측정기를 정상화해야 했어요. 만에라도 장비가 멈추면 시간이 길어지거나 데이터가 누락되면 설치한 목적이 없는 거지요.
측정기에 맞는 부품을 찾기 위해 일본도 많이 들락날락했어요. 모든 기술은 보유하고 있던 게 아니라, 일본에서 기술을 많이 전수 받기도 했죠. 고생해서 얻은 보람이 특히 기억에 많이 남네요. 같이 고생했던 팀원들이 어깨를 맞대고 일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사명감이 없었다면 지금의 영광은 누릴 수 없었을 겁니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했을 때 결과는 순간이지만 과정은 오래도록 남는 법이다. 그 순간을 오래도록 나누고 싶어 그 시절 함께 의기투합한 팀원들과 ‘공사모’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공해기기실을 사랑하는 모임이다. 두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추억을 공유하고, 평소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나누며, 우리나라의 환경측정의 역사를 함께 이야기한다. “이렇게 생긴 모임이 오래도록 이어지는 경우는 공사모 밖에 없을 것”이라 말하는 전 부장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지금에 머무르지 않기를
KTL에서 환경부 산하 환경관리공단으로 옮겨 IT를 접목한 환경기술 업무를 줄곧 해 왔다. 전국 대기배출업소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의 종류와 양을 실시간 파악하는 ‘굴뚝감시시스템(EMS, Telemetry System)’을 개발해 국책사업으로 성공을 거뒀다.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누어 상시 감시 체계화하는 등 국가 대기질관리를 선진국 수준으로 한 단계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 결과 대기부문에서 환경기술대상(조선일보)을, 정부혁신브랜드 경연에서 장려상을 환경부 이름으로 수상했다. 전 부장은 말한다. KTL의 배움과 가르침이 없었다면, 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없었을 거라고.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 흰 머리카락이 보일 정도로 많이 변했네요. 언제나 책임감의 무게는 짊어지고 있지만, 친정집인 KTL이 있어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여러 곳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의지는 끝이 없어, 환경관리공단에서 정년 퇴직한 후에도 10년간 외부 활동을 지속했다. 그가 가슴 속에 의지를 품고 있는 한,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듯 보였다.
전 소장은 한 번 더 KTL 후배들에게 ‘의지와 긍정’에 대해 강조했다. 그래서 KTL이 현재 진행형이 아닌, 도전의 정신으로 도약하는 연구기관이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환경 기술 기자재에 대해 인증을 국제적으로 주도하는 기관으로 발돋움하길 바란다.
“KTL 임직원 여러분, 나를 위한 의지를 가지기 바랍니다. 그리고 모든 일에 긍정적으로 임하는 KTL 임직원 여러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가슴 속에 의지를 품고 있는 한, 그의 신념 또한 지치는 법 없이 계속 이어질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