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信賴)’란 사전적인 의미로 굳게 믿고 의지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신뢰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사람과 제품 사이에도 요구된다.
이를 ‘신뢰성(信賴性)’이라 하며, 요구되는 품질과 안전성을 일정기간 유지해 고객을 만족시키는 성질이다.
신뢰성을 갖추지 못한 제품은 물적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인명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부품소재의 코팅 및 표면처리 과정은 이러한 제품의 신뢰성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기술이다.
코팅은 완성제품의 성능, 신뢰성 향상을 위한 중요한 공정으로, 코팅의 문제는 제품의 문제로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중요성이 큰데 비해 코팅 및 표면처리 기술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
소재부품기술센터 전민석 책임연구원을 만나 코팅 및 표면처리 기술과 KTL이 수행하는 코팅제품의 평가에 대해 들어봤다.

어디에나 있지만 알아채기 힘든 ‘코팅’

평소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없어선 안 되는 것을 공기에 비유하곤 한다. 산업의 영역에도 공기의 역할을 하는 분야들이 있다. 부품소재의 코팅 및 표면처리 기술도 바로 그런 분야다. “코트(coat)는 겨울철 추위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입는 옷이죠. 이처럼 코팅(coating)은 소재를 외부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겉 표면에 막을 입히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소재부품기술센터 전민석 책임연구원의 설명처럼 코팅이란 특수한 기능성 막을 입히는 칠이나 도금 등의 공정을 의미한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페인트다. 자동차의 차체에 페인트칠을 하면 금속의 부식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심미적인 기능까지 한다. 모든 공산품과 전기전자제품, 구조물 등 세상의 모든 물건이 코팅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최근 코팅 및 표면처리 기술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항공우주, 반도체, 전자부품, 중공업, 방위산업 등의 모든 제품 및 부품의 특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초고온, 초저온, 극부식 환경에 적용되는 소재의 경우 고도의 코팅 기술을 필요로 한다. 대표적으로 항공우주산업을 예로 들 수 있다. “항공이나 우주산업분야의 제품은 소위 극한의 환경에서 사용됩니다. 일례로 항공기 제트엔진의 부품은 약 1500℃ 이상의 초고온환경에서 견딜 수 있어야 해요. 부품재료로 일반 금속을 사용한다면 바로 녹아버리겠죠. 이에 초내열합금을 사용하고 그 표면에 극내열성을 갖고 있는 세라믹 코팅을 적용합니다.” 항공우주산업이 국가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국내 기술력은 선진국을 숨 가쁘게 뒤쫓고 있는 수준. 코팅 및 표면처리 기술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해외 원천기술에 근접하는 기술력 확보와 동시에 제품의 신뢰성을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 또한 산업경쟁력 이전에 코팅 및 표면처리 기술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정확하고 공정한 평가가 뒷받침 돼야 한다.

코팅제품에 품질향상을, 중소기업에 경쟁력을

소재부품기술센터에서는 이러한 코팅제품의 특성 및 성능분석은 물론, 코팅제품의 고장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즉 코팅제품이 완제품이 요구하는 특성을 만족시키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코팅막이 벗겨지거나 떨어져나가면 쉽게 긁히고 빨리 닳아버리죠. 어떤 코팅제품이 특정 환경에서 얼마동안이나 견딜 수 있는지 사전에 예측하고, 반대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파악하는 사후분석도 수행합니다.” 물론 기업에서도 자체적으로 코팅제품에 대한 분석을 실시하고 있지만, 소재부품기술센터는 기본적인 품질 확인 차원을 넘어, 향후 실제 제품을 사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고장을 미리 예측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장에 출시된 코팅제품에 고장이 발생했을 때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으며, 결국 코팅제품의 소비자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중국에서 들여온 원료로 제품을 가공해 역수출하는 업체가 있었는데, 납품한 제품에 문제가 생겨 클레임이 들어온 겁니다. 원인을 밝혀달라는 의뢰를 받고 제품을 분석해 보니 중국에서 가져온 원료에 불량 원인이 있었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결국 그 중소기업은 도산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죠.” 시험분석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이 해결됐을 때, 그리고 코팅제품이 실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것을 볼 때 뿌듯함을 느낀다는 전민석 책임연구원. 보람이 큰 만큼 책임감은 더 무겁다. 분석에 임할 때 늘 진지하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려 애쓰는 이유다.

“표면에 실시간으로 혈당을 체크할 수 있는 센서가 나노코팅되어 있는 콘택트렌즈가 개발되고 있어요. 머지않아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죠. 그런데 이런 나노코팅에 대한 평가는 더욱 고도화된 기술을 필요로 하겠죠. 나노코팅제품에 대해 시험평가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고도의 시험평가기반을 구축해 나갈 계획입니다.” 코팅 및 표면처리 기술은 적용대상이 무궁무진하고 기술의 빠른 발전에 따라 점점 더 높은 정밀성이 요구되고 있는 만큼, 미래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한다. 전민석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환경에 늘 열려있는 자세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그것이 스스로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동력이 되며, 나아가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 향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긍지 때문이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은 강력한 안정성을 갖춘 중소기업이며, 코팅제품의 특성 및 성능분석이 그 기반을 마련하는데 기여하는 일이라 믿고 있다. 소재부품기술센터, 그리고 전민석 책임연구원의 의지와 노력이 우리 중소기업이 세계 일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있어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 주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