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든 그렇지 않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구장 위를 마음껏 뛰며 골대를 향해 달려갈 수 있다면,
날씨에 관계없이 그들은 정해진 시간에 만나 몸을 푼다. KTL 축구동호회 사람들의 모습이다.
1983년 조촐한 인원이 모여 동호회를 만든 후 지금까지 30년도 훌쩍 넘는 역사를 갖게 됐다는
KTL 축구동호회는 여전히 직급과 연령을 불문하고 많은 회원이 자유롭게 경기를 펼치고 있다.
봄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지난 3월 초, KTL 축구동호회 사람들을 직접 만났다.

업무 스트레스? 공과 함께 뻥- 날려 버려요

“패스! 여기 있어!”
“너무 서두르지 말고, 어디로 공을 줄 수 있는지 늘 주시하라고.”

넓은 잔디 구장 위를 종횡무진하며 공격적인 경기를 선보이고 있었다. 누가 상사이고 누가 후배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구장에서 뛰고 있는 KTL 축구동호회는 이미 서로서로가 파트너였다. 무엇보다 이날은 몇몇 OB가 퇴직 후에도 후배들을 만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후배들이 뛰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그들에게서 동호회의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983년 처음 만들어진 KTL 축구동호회는 올해로 약 33년차에 접어든, KTL 사내동호회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터줏대감이다. 가입 회원만 80명에 매번 경기 때마다 약 30명 정도가 참여한다. 지금은 본원이 진주로 이사가면서 멤버가 많이 흩어졌다지만, 그럼에도 통상 3주에 한 번씩 갖는 정기모임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동호회 내부에서 팀을 나눠 치루는 몸풀기 경기였다. 보통은 다른 기관 혹은 다른 회사의 축구동호회와 친선경기를 펼치지만, 이날은 1년에 한번 있는 안식제도 진행하는 만큼 자체 팀과 소통하는 데 집중했다. 외부 팀과 경기를 치를 때는 주로 가산 디지털 단지 내에 위치한 회사나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을 상대로 한다. 산업단지공단 이사장배, 혹은 산업부 장관배 경기, 그리고 안산 사이언스밸리 경기가 가장 굵직한 대회다.

2014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배 축구대회가 열렸을 때는 천안으로 원정을 가 1박 2일 동안 경기를 소화했을 정도로 치열한 일정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 20여개 기관이 참여, 1부와 2부로 나눠서 진행됐을 정도로 대규모 경기였다. KTL 축구동호회는 선수 출신이 없는 팀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쟁쟁한 팀을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덕분에 이 경기는 역사상 잊을 수 없는 대회가 됐다.

직급 불문 나이 불문, 구장 위에서는 모두가 선수

축구는 운동량도 많고 자칫하면 부상까지 당할 수 있는 종목이다. 평소의 연습과 훈련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혹시 모를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KTL 축구동호회는 친선 경기를 펼칠 때도 반드시 선수팀이 아닌 동호회 팀과 경기를 치른다. 너무 무거운 게임이 돼버리면 부상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호회 총무를 맡고 있는 정성배 연구원은 “위험성은 있지만 결코 위험한 운동은 아닌 게 축구”라며 “서로 조심히 유의하는 가운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안전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안전하게 축구를 즐기고 싶은 분들은 모두 환영합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호회에 가입할 수 있어요. 입문자도 들어올 수 있냐고 하시는데, 물론입니다. 실제로 입문자들도 상당수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스킬이 부족했지만 꾸준히 연습하면서 실력이 향상된 사람들도 많아요.”

더욱 조화롭게 융화되는 팀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KTL 축구동호회. 정성배 연구원은 “축구 동호회라고 해서 꼭 남자직원들의 전유물은 아니다”라며 “여직원들도 많다. 앞으로 경기관람 등의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