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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세계시장 약 400조 원, 국내 시장만 2.5조 원에 이르는 우주항공산업은
국가 핵심 전략산업일 뿐만 아니라 기계·전자·소재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기술이 집약된 시스템 종합산업이다.
우리나라 우주항공산업의 초석이 될 우주부품시험센터가 2018년 경남 진주시에 들어선다.
우주부품시험센터 구축사업과 운영을 주관하게 된 KTL은
지난 50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국내 우주부품분야의 산업화를 본격적으로 이끌어갈 예정이다.
힘든 과정에서도 우주부품시험센터 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KTL 남경민 책임연구원에게서 센터에 대해 들어봤다.
현재 맡은 업무는 무엇인가요?
항공기에 들어가는 장비·부품류와 공항 시스템에 대한 적합성 검증 컨설팅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기업이 만든 제품과 관련된 법·제도를 분석하고, 어떤 시험이 필요한지, 그 시험들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기업과 시험부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항공 분야에 이런 업무가 필요한 이유를 말씀드리면, 제가 만약 젓가락을 만들어서 판다면 간단히 강도시험 정도만 필요할 겁니다. 그러나 항공 시스템은 수 만종의 부품이 결합해서 만들어지는 복잡한 시스템입니다. 부품마다 필요한 시험항목도 수십 가지에 이르고 관련된 제도도 굉장히 복잡합니다. 경험이 많은 큰 기업에게는 쉬운 일일지 모르지만, 작은 중소기업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공공기관으로서 기업을 더 잘 돕기 위해 이러한 업무를 개발해 수행하고 있습니다.
2018년 경남 진주시에 구축될 <우주부품시험센터>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국내 우주 분야는 태동기를 지나 산업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KAIST 등 연구기관에서 주도해 인공위성을 개발하고 나로호를 발사하는 등 많은 기술을 쌓아 왔습니다.
국내 우주 분야가 이러한 기술개발 시기를 지나 다음 단계로, 성숙하고 생태계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술들이 민간기업으로 파급되어 기업이 든든한 산업기반을 형성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이 단계에 가장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시험평가인증 인프라입니다.
연구기관이 그동안 필요한 부품을 스스로 만들거나 외국에서 사왔다면, 이제부터는 국내기업이 만든 부품을 믿고 사올 수 있어야 합니다.
시험평가인증 인프라는 해당 부품을 시험해 성능과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보증해 국내외의 우주 관련 기업 또는 연구소가 믿고 사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진주에 구축될 우주부품시험센터는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고, 부품에 대해 시험을 하는 전문 기관으로서, 위성·발사체 등 최종 완성품 시험을 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기존연구시설과 역할 분담을 할 것입니다.
2018년 12월까지 센터 건물을 건축하고, 필요한 시험장비를 구축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국내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하고 관련 기업들의 의견을 상시 청취해 진주의 우주부품시험센터가 국내 실정에 맞는, 꼭 필요한 시설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시설구축이 완료된 후에 우주부품시험센터는 국내에서 개발되는 위성체, 발사체, 정찰위성 등을 위한 부품시험과 그러한 부품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과제에 참여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우주 관련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우주부품시험센터의 구축은 어떤 의의가 있나요?
미국과 유럽 같은 우주 분야 선진국들은 국가 주도에 의한 연구개발 단계를 지나, 민간기업으로 기술을 파급시켜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도록 하고, 그 이익이 다시 기술개발에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가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우주개발에 기업이 가세함으로써 기술발달이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가야 하며, 우주부품시험센터는 국내 우주기술의 산업화, 그 시작점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국내에 유사기관으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시험실,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SaTReC)가 있습니다. 이 기관들은 그동안 국내에서 개발되는 모든 위성과 발사체뿐 아니라, 거기에 들어가는 작은 부품들의 시험까지 모두 담당해 왔습니다. 위성과 발사체를 시험하려니 시험시설들의 규모도 매우 큽니다. 큰 시설에서 작은 부품시험을 하는 건 아무래도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주부품시험센터는 이 중 부품급에 대한 시험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기존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KAIST는 완성품에 대한 최종 시험을 담당함으로써 시험 업무를 더욱 효율화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도 NASA, ESA 등 최종 사용기관과 NTS, Interspace, iABG 등 부품급 시험기관들이 별도의 임무를 수행하며 협력하고 있습니다.
우주부품시험센터의 구축은 ‘우주도시 진주’ 구상과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주시는 노후화된 도심의 쇄신을 목적으로 상평공단을 첨단 산업지구로 재편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번 우주부품시험센터 부지 옆으로 항공부품에 대한 종합시험시설도 함께 구축될 예정이고요.
KAI의 차세대중형위성 시설과 관련 기업들이 단계적으로 유치될 예정입니다. 우주부품시험센터는 이러한 중장기 계획의 첫 단추로써 가장 먼저 시작되는 사업입니다.
우주부품시험 분야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우리나라는 지난 25년간 인공위성과 발사체 기술개발에 중점을 두고 선진국의 기술을 catch-up 하는 추격형 기술개발 전략으로 우주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위성개발 및 나로호 성공에도 불구하고,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극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우주개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13년 전 부처 합동으로 국가우주개발 중장기계획을 수립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중에 국내 기업들이 자립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하고, 앞으로는 기술개발을 이끌도록 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센터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그동안 KTL이 해보지 않았던 우주 분야에 진출한다는 것은 꽤 부담스러운 일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으로서 국가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원장님과 본부장님의 판단에 따라 이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제가 속한 시스템융합본부는 그간 항공과 국방사업을 주도해 온 경험을 살려 이번 사업의 준비를 주관하게 되었습니다.
시스템융합본부장님의 지휘 아래 본부 내 관련 인원들이 소집되어 밤을 새우며 준비했고, 특히 제출 전 일주일간은 KTL 본원 국제회의실에서 합숙까지 해가며 제안서를 마무리했습니다. 매일 회의가 끝나면 밤 10~12시였고, 많이 지치고 힘들었음에도 함께 고생해준 TF팀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평소 “일은 힘들지만, 밥은 잘 먹자!”를 실천하는 본부장님 덕분에 진주시의 온갖 맛집을 섭렵할 수 있었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입은 참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단기적으로는 우주부품시험센터 사업에 집중해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번 한 번의 사업으로 모든 인프라를 다 갖출 수는 없으므로 후속 사업에 대해도 지속해서 협의하고 준비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