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을 앞선 베테랑 선배와 이제 막 3년 차가 된 패기 넘치는 후배. 인증산업본부 인증지원센터에서 만난 설순권 책임연구원과 김득주 연구원의 이야기이다. 겉으론 무뚝뚝하면서도 속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은 때론 직장 동료로, 때론 친구로, 때론 가족과 같은 마음을 나눈다고 한다. 의료기기 안전의 최전선에서 국민의 안전을 검증하는 긴장감 넘치는 업무 현장에서 따뜻한 그들의 우정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00세 시대가 체감될 만큼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요즘, 제약 산업을 비롯하여 의료 환경에서도 AI로 상징되는 기술발전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로봇공학의 발달로 의료 현장에서도 로봇에 관한 다양한 연구와 제품들이 속속 개발, 출시되면서 국민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의료기기 안전성 인증에 대한 감시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 중심에 의료기기 안전의 최전선에서 국민의 안전을 검증하는 인증산업본부 인증지원센터 34년 경력의 베테랑 설순권 책임연구원과 그의 뒤를 따르는 김득주 연구원이 있다. 두 사람은 2016년 김 연구원이 KTL에 입사하면서 멘토와 멘티로 만나 인연을 맺게 되었고, 지금은 인증지원센터 내에서 나이를 초월한 단짝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인증지원센터는 KC인증부터 외국인증 공장심사, K마크 인증 및 조달납품검사, 의료기기 GMP심사 등의 주요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요. 저는 그중에서 의료기기 GMP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GMP 심사는 제조 및 수입 의료기기업체에서 생산하는 의료기기가 의도한 용도에 맞게 적합한 품질로 생산되는지 확인하고, 그에 따른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진행하는 제도로 경험이 많지 않아 배테랑 선배님들과 합동심사를 함께 진행하면서 많은 지도를 받고 있습니다.”(김득주 연구원)
설 책임연구원은 김 연구원을 바라보며, 처음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김 연구원은 보통이 아닌 친구였다며, 이미 말하기도 전에 절차를 미리 파악하고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하기도 했다고.
“의료기기 GMP 제도와 관련해서 알아야할 시험이 많아요. 기본적으로 인증 기준에 대해서는 어떤 인증을 해야 하는지 교육을 받아서 잘 알고 있지만, 의료기기 시험과 관련해서 제조와 품질 관리 기준에 대해서까지 숙지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GMP 심사의 경우 여러 가지 경험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김 연구원은 늘 준비하고 연구하는 후배였어요.”(설순권 책임연구원)
무뚝뚝함이 묻어나는 두 사람의 첫인상과 달리 대화에서는 진한 우정이 느껴진다. 지난 시간 두 사람에게는 어떤 시간들이 있었을지 궁금하다.
설순권 책임연구원
KTL 인증산업본부 인증지원센터
김득주 연구원
KTL 인증산업본부 인증지원센터
1984년 2월 지금의 환경기술본부의 전신 공해기기실로 입사한 설 책임연구원은 이후 전기전자, EMC평가센터를 거쳐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34년의 시간을 KTL과 함께하면서 수많은 동료, 후배들과 일을 했고, 올해 종착역이 될 마지막 멘티 김 연구원을 만났다.
“진주 본원에서 처음 김 연구원을 봤어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한눈에 경상도 출신이라는 직감이 들었죠. 말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무뚝뚝한 모습이 딱 그렇게 느껴지더라고요. 알고 보니 고향이 창원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제가 경상도 출신인데 직접적인 고향 후배는 아니지만 그냥 정감이 갔던 것 같아요.”(웃음) (설순권 책임연구원)
이제 입사 3년 차인 김 연구원에게 설 책임연구원은 하늘같은 선배였다. 누구든지 첫 만남은 어색하고, 다가가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런 김 연구원에게 설 책임연구원이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다고.
“처음 입사를 진주 본원으로 하게 되었고, 같은 사무실에서 설 선배와 동일 업무를 수행했어요. 처음 업무를 접할 때 전문성이 부족해 스트레스 받을 때면 선배님이 항상 옆에 오셔서 같이 고민해 주시고, 제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해 주셨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저에게 사회적 의무, 기관에서의 역할 등 업무 외적인 부분까지 많은 조언을 해주시고, 틈틈이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칭찬도 해주셨어요. 선배와 저는 임의로 정해진 관계라기보다 자연스럽게 멘토와 멘티의 관계가 형성된 것 같아요.”(김득주 연구원)
김 연구원은 입사 후 처음으로 나간 참관 심사를 잊지 못한다고 한다. 너무 긴장되어 심사 전날 새벽 4시까지 서류를 챙겨보며 숙지를 했음에도 정작 당일 심사를 나가 꼭 체크해야 할 부분을 놓쳤던 적이 있다고 한다.
“기억나요. 그때 김 연구원이 단독으로 심사를 한 것은 아닌데 꼭 확인해야할 것을 하지 않은 것 같았어요. 그래서 확인해보니 놓친 부분이 있더군요. 근데 오히려 잘 되었다 생각했어요. 실수는 경험이 되고, 배움이 되니까요. 이후 합동 심사 때 다시 체크를 했지만 참관이든 합동 심사이든 늘 혼자 심사를 나갔다고 생각해야한다고 조언을 했었죠.”(설순권 책임연구원)
첫 심사였고, 사전에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수를 하게 되어 속상했던 김 연구원에게 설 책임연구원은 실수를 통해 배움이 된 것이라 가르쳤다.
“설 선배님은 단호하지 않으세요. 의사 소통이라는게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는 의미가 있잖아요. 그 말처럼 상대가 마음을 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저와의 의사소통 채널을 항상 열어두시고,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서슴없이 찾아가서 물어볼 수 있는 인자하고 자상한 선배님이세요.”(김득주 연구원)
모든 것이 낯설고, 아무리 공부를 해도 해결이 되지 않는 수많은 업무 앞에 선 멘티에게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는 멘토는 한없이 고마운 존재이다.
“지금은 진주 본원에서 근무하지만 또 다른 부서로 옮기게 될 수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환경에 잘 적응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하나의 전문 분야를 깊이 알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를 동시에 공부하는 김 연구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한 마디로 멀티플레이어가 되는거죠.(웃음) 일에 있어서든 가정에서든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불어 KTL을 세계 최고의 시험인증연구기관으로 만드는데 목표를 두고 맡은 분야에서 최고가 되었으면 합니다.”(설순권 책임연구원)
설 책임 연구원은 올 연말이면 KTL에서 34년의 시간을 마무리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김 연구원이 설 책임연구원에게 마지막 멘티다. 남은 시간 동안 김 연구원이 KTL 미래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인물이 되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설 책임연구원은 아낌없는 조언을 남긴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심사 업무와 관련하여 요구되는 지식의 범위가 넓고 다양해 지속적으로 개인의 발전과 정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할 때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학문적인 정진과 함께 많은 분들이 저를 기억할 수 있는 현명한 사회인이 되는 것이 저의 목표이자 바람입니다.”(김득주 연구원)
설 책임연구원은 김 연구원이 친구이자, 동료이자, 아들과 같다고 한다. 김 연구원 역시 아버지와 같은 멘토라고 마음을 전한다. 두 사람의 마음이 통했던 것은 멘티의 잠재력과 자신감을 일찌감치 알아준 멘토가 있었기에 그리고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멘토를 한없이 신뢰한 멘티라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