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한때 직장인의 교과서라 불렸던 ‘미생’에 흘러나오는 말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 안의 인물들을 보면서 공감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실패가 없는 성공이 없듯이 미생을 보내지 않은 완생의 삶도 없다. 새로운 환경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끊임없는 미완성의 나날을 반복하며 완성을 만들어 나아가야 하는 신입사원에게 기꺼이 오 과장이 되어준 선배가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시한 청렴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인연이 되어 5개월의 시간을 보낸 기획조정본부 장재화 책임행정원과 경영지원본부 강태헌, 안현균 행정원이 그 주인공이다. 삼인행이라는 타이틀로 만들어가는 그들만의 미생을 엿보았다.
‘보고서는 어떻게 작성하지?’, ‘출장 신청은 어떻게 하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사원은 업무 하나하나 궁금한 것이 너무도 많다. 그러나 해마다 신규 직원 채용이 증가하면서 세대 간의 격차 또한 벌어지고, 시시콜콜한 질문 하나 하기도 쉽지 않다. 이를 위해 KTL은 선후배 간 친밀도와 상호 이해관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KTL 청렴멘토링 프로그램이 시행되었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기획예산실 장재화 책임행정원, 인재경영실 강태헌 행정원, 재무관리실 안현균 행정원이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세 사람의 멘토링 팀 이름은 ‘삼인행’이다.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좋은 것은 본받고 나쁜 것은 살펴 스스로 고쳐야 한다’는 논어 술이편에 나오는 <삼인행 필유아사>라는 말이 있어요. 좋은 것은 좇고, 나쁜 것은 고치니 좋은 것도 나의 스승이 될 수 있고, 나쁜 것도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말이죠. 마침 우리 멘토링 조가 3명으로 구성되어 이 고사가 떠올라서 팀명으로 인용하게 됐어요. (웃음)” (장재화 책임행정원)
다소 쑥스러운 듯 팀명의 탄생을 이야기하는 장 책임행정원. 이번 멘토링프로그램에서 멘토를 맡게 된 그는 민간기업을 다니다가 지난 2007년 7월 KTL 안산행정지원팀에 입사했다. 현재 기획예산실에 근무하고 있는 장 책임행정원은 이번 멘토링을 통해 15년 전 꿈 가득한 자신의 신입사원 시절을 떠올렸다. 멘티라고 늘 부족하고 멘토라고 늘 완벽할까? 멘토로 지목된 장 책임행정원은 자신도 두 명의 스승을 만났다고 마음을 전한다. 세 사람은 어떻게 만나게 된 것일까?
장재화 책임행정원
KTL 기획조정본부
강태헌, 안현균 행정원
KTL 경영지원본부
KTL 청렴멘토링은 멘토와 멘티 1대 1매칭을 기본으로 하지만 상황에 따라 1대 다의 형태가 가능하다. 또한, 인력풀 내에서 멘티가 희망하는 멘토를 우선순위로 고려해 맺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세 사람은 우연처럼 운명같이 한 조가 되었다.
“멘토링 시작할 때는 선배님들의 성함만 듣고, 어떤 분인지 자세히 알지 못했어요. 그래서 고민을 하던 찰나에 재무관리실로 책임님이 들어오셨어요. 밝은 미소와 함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고, 멘토로 신청하게 됐죠.(웃음)” (안현균 행정원)
“저는 운이 좋게 1순위로 지정했던 책임님과 멘토링을 하게 됐어요. 당시에는 원내 선배님들을 잘 모를 때였는데, 책임님이 업무와 관련해서 저희 실에 몇 번 오셨었어요. 그때마다 책임님께 좋은 인상을 받아 주저 없이 멘토 희망 1순위로 신청했죠. 그리고 책임님에 대한 좋은 평판도 큰 도움이 됐어요.(웃음)” (강태헌 행정원) 두 멘티에게 장 책임행정원은 업무에 열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가진 선배였다.
“제가 기획 보고서를 작성할 때 글을 쓰다가 잘 안 써지면 다른 부서를 한 번씩 돌아다녀요. 글이라는 게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다고 써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 두 친구 눈에 띄었나 봐요.(웃음)” 농담 섞인 장 책임행정원의 말투에는 선배라는 위엄이 아닌 친구 같은 편안함이 느껴진다. 서로 다른 부서이기에 각자가 수행하는 업무에 대한 조언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그 일을 대하는 자세는 같다고 말하는 장 책임행정원은 행동으로 멘티의 교과서가 되어주었다.
“무엇보다도 열정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평소 멘토링을 하면서 업무 관련 이야기를 나눌 때면, 선배님의 업무에 대한 지식과 끊임없는 고민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를 느낄 수 있는데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나도 꾸준히 지치지 않고, 노력해서 내가 맡은 업무의 전문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강태헌 행정원)
“책임님은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일을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신입사원과 같은 열정과 에너지가 느껴졌어요. 업무를 하실 땐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반대로 상대방의 의사는 존중하며, 그 안에서 효율을 증대시키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그리고 한때 고전하고 있던 업무처리를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신 적이 있어요. 자신의 업무에 관해 규정을 명확히 이해하고, 규정에 맞지 않은 문서가 있을 시 담당자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자세하게 알려주셨어요. 이후 업무를 처리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어요”(안현균 행정원)
경험과 지식이 많은 사람이 스승되어 그 대상자의 실력과 잠재력을 향상시키는 조언자를 일컬어 멘토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장 책임행정원은 멘티들에게 톡톡한 지도자가 되었다.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독서토론과 식사자리를 마련했어요. 독서 토론은 세 번 정도 진행했고 <술탄과 황제>, <CEO 칭기즈칸>, <자기통제의 승부사 사마의> 세 권의 책을 추천했죠.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나를 극복하는 그 순간 나는 칭기즈칸이 되었다’ 칭기즈칸이 남긴 교훈인데 이 책을 추천한 의도이기도 해요. 칭기즈칸처럼 꾸준히 자신을 개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죠. 근데 토론을 통해 한 내용을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누가 잘났다가 아니라 서로 배우는 시간 되었죠. 사실 직장생활을 15년 정도 하다 보니 경험한 것도 많고, 현실에 안주하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런 모습을 답습하지 않았으면 했어요. 저도 멘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장재화 책임행정원) 이어 멘티들도 그 시간을 뒤돌아보며 한 마디씩 나눈다.
“신입사원 입장에서는 시야가 좁잖아요. 사실 리더와 관련된 책 제목만 들었을 때는 이게 나한테 도움이 되나 의구심이 들었어요. 근데 토론을 통해서 리더십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단순하게 생각했구나 싶었죠. 선배가 추천했던 이유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왜 이 책을 읽었으면 하셨는지 알겠더라고요.”(안현균 행정원)
“저도 선배님이 어떤 의도로 이 책을 추천하셨는지 고민하면서 책을 읽었어요. 이런 장면에서는 이런 의도였겠지? 예상도 해보면서... 근데 제 예상과는 다르게 독서 후 토론을 해보니 같은 내용이더라도 서로가 중점적으로 느끼는 메시지가 다른 경우가 많았어요. 독서를 통해 리더십에 대해 고찰해보는 것만큼이나 사람마다의 시각 차이를 인지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어요.”(강태헌 행정원) 세 사람은 독서 토론을 통해 같은 경험을 공유했다.
장 책임행정원은 멘티를 위해 독서 토론이 끝나면 반드시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어디에 그리고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멘티들을 위해 그가 아는 사람들을 불러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멘티들이 회사에 적응하는데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 마음으로 이해한 멘토의 배려였다.
“사실 다른 부서 선배님들과는 인사만 할 뿐 관계 형성이 쉽지 않은데 멘토링을 통해 여러 선배님들을 소개받을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었던 것 같아요” (강태헌 행정원)
“멘토링 기간 중에 가장 좋았던 것이 다른 부서 선배님들을 초청해서 소개를 받는 자리였어요. 여러 행정부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었죠.”(안현균 행정원)
5개월의 멘토링 프로그램이 끝나고 인터뷰를 위해 다시 모인 세 사람은 그동안 마음으로 생각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앞으로의 포부를 다짐한다.
“이 친구들 만났을 때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이었어요. 그 당시 새로운 부서로 옮기게 되었고, 여러 가지 이슈가 많아서 일이 한꺼번에 진행되다 보니 멘토링 프로그램이 부담스러운 시기였죠. 나름대로 한다고 했는데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확신이 없어서······. 시험공부 열심히 하지 않고 시험을 본 기분이에요.(웃음) 저로서는 도움이 됐는데 후배들 입장에서는 어땠는지 모르겠어요. 늘 하는 말이었지만 후배들이 전임자가 했던 일의 방식을 단순히 답습하지 않고 내가 수행한 모든 업무에서 한두 가지는 자신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그게 직장 다니는 동안 필요한 자세가 아닌가 싶어요.”(장재화 책임행정원)
“무엇보다 업무와 관련해서 그 누구보다 전문 지식을 갖춘 전문인이 되고 싶어요. 현재 담당하고 있는 교육업무와 관련해서 단순히 직원분들이 원하는 교육을 보내주는 것을 넘어, 교육이 직원들의 역량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끊임없이 교육프로그램의 개발과 개선방향을 고민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부서를 가더라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성원이 되고 싶어요. 또 많이 부족한 멘티였지만 다양한 방면으로 내실 있고, 배움이 많은 멘토링을 해주신 장 책임님께 너무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강태헌 행정원)
“입사해서 제가 들었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데 ‘내가 업무를 맡았는데 전임자를 찾게 하는 것만큼 무능한 것은 없다’는 말이에요.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맡은 분야뿐만 아니라 부서 안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사실 처음 멘토링을 할 때 긴장을 많이 했는데 힘든 상황에서도 독서토론도 함께해주시고, 식사 자리도 마련해주시는 수고스러움을 기꺼이 해주신 책임님께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삼인행 관계를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웃음)”(안현균 행정원)
언제나 마지막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삼인행의 멘토링은 끝이 아닌 시작을 위한 워밍업이었던 것 같다. 두 멘티의 입장에서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은 장 책임행정원과 사적으로도 편하게 만나 맛집도 공유하는 밀접한 관계로 남고 싶은 강태헌, 안현균 행정원의 마음이 통했기 때문이다. 완성을 위한 미완성의 나날을 함께할 그들의 우정이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