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끝자락에 앉아 어제도 돌아보고, 내일도 내다보고. 데면데면 2017년과 인사를 나누고, 이제 막 정을 쌓아볼 참이다. 지금보다 나아질 것들, 얼마나 있을까 기대도 해본다. 한 살 더 많아진 나이 덕에 챙겨야 할 것들도 늘어날 테고, 여유로워지는 것도 생길 테고. 이런저런 생각에 조금 막막하기도, 심란하기도 하고… 너무 복잡하다. 안 되겠다. 우리 오늘은 일상을 잠깐 미뤄두고 소소한 재미를 찾아보자. 혼자 말고, 같이. 다 같이, 가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 그러다보면 덜 막막하고 덜 심란할 것 같다. 함께하게 될 2017년의 모든 날들이 행복으로 가득할 것 같다.
마음을 꺼내다
쉴 틈 없이 달리다 고맙단 말 전하는 것을 잊을 뻔했다. ‘그동안 고생했고, 앞으로도 함께 힘내자’고 말해야하는데.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경영지원본부 총무자산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우리 직원들이 대표로, KTL 모든 식구들에게 따뜻한 새해인사를 전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오늘 진행할 활동은 이렇다. 마음에 드는 색지를 골라 카드 표지를 만들고, 내지를 붙인다. 표지는 상대방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캘리그라피와, 저마다의 솜씨를 담은 드라이플라워다발로 장식한다. 그리고 속지에는 말로 다 하지 못한 속마음을 담기로 한다. 한 사람당 두 개의 카드를 만들게 되는데, 하나는 동료에게 또 다른 하나는 가족이나 친구, 누구에게 써도 좋다. 그렇게 내용까지 꽉 채운 카드를 준비된 봉투에 담고 매듭까지 지어 전달하는 것. 그게 바로 오늘의 미션이다. 물론 시간의 여유가 주어진다면 더 많은 카드를 만들어도 좋다. 진심은 많은 이에게 전해질수록 좋은 것이니 말이다.
마음을 쓰다
카드 만드는 방법을 말로만 들어서는 감이 오질 않는다. 때문에 준비된 재료로 만든 완성품들을 보며 저마다 어떤 방법으로, 어떤 문구로, 어떤 내용으로 카드를 완성할지 구상한다. 이미 스마트폰으로 캘리그라피 내용을 검색하느라 바쁘다. 짧은 시, 응원의 말, 그리고 다양한 서체를 두고 고민한다. “이거 글씨 쓰는 법은 안 가르쳐 주시나요?” 심우용 책임의 말에 모두가 웃는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모두를 웃게 한 것이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만들 시간! 꽃 앞에서 성별은 무의미하다. 더 예쁜 다발을 위해 신중하게 꽃을 고른다. 이도명 실장은 예로 들어준 완성작을 응용해 가로 형태의 카드를 만든다. 만들다 말고 자리를 비우기도 했는데, 이유인즉 이면지를 가지러 간 것이다. 캘리그라피를 쓰기에 앞서, 연습할 공간이 필요했던 것! 직원 모두에게 이면지를 나눠주며 “연습들 해~”한다.
유아린 행정원, 강수지 사무원은 말이 없다. 차분하게 생각하고 나직하게 대화하며 카드를 만든다. 반대편에 앉은 이병권 행정원은 무심한 듯 꽃을 골랐지만 다발을 만드는 손길이 꼼꼼하다. 옆에 앉은 오원규 행정원은 그런 이병권 행정원을 보며 자꾸 웃는다. 두 사람 모두 머쓱한 표정이지만 진심을 담아 내지를 채워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민혜 사무원과 김슬기 사무원 역시 나직하게 대화하며 카드를 만든다. 그런데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각자 자신의 왼쪽에 앉은 동료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모두 공평하게 한 통씩의 마음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비단 한 통의 편지에서 그치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나 말고 다른 동료 모두의 마음이 담긴 카드를 선물 받을 오늘이다.
“꽃이 좀 시든 것 같은데?” 다발을 만들다 말고 이병권 행정원이 말한다. “이건 드라이플라워잖아요!” 한바탕 웃다보니 카드 하나 완성! “꽃을 더 주실 수 있나요?” 김슬기 사무원과 “저도 조금 챙겨갈게요!” 이민혜 사무원이 말한다. 물론 모든 것이 가능하다. 오늘은 여러분 모두를 위한 시간이다. 유아린 행정원은 남다른 캘리그라피 실력을 뽐낸다. 꽃 역시 다발로가 아닌, 카드 표지에 정말 꽃이 피어난 것 같은 형태로 장식한다. 강수지 사무원 역시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아기자기한 카드를 만들어낸다.
이도명 실장은 카드 두 개를 모두 완성했다. 옆에 앉은 심우용 책임에게 썼는데, 다른 하나를 두고 고민이다. 아내와 딸, 사랑하는 두 사람 중 누구에게 써야 할지 문제란다. 그러더니 이윽고 카드 하나를 더 만들기로 결심한다. “처음 쓸 때보다 두 번째 쓰니 훨씬 낫다!” 캘리그라피 연습을 한 보람이 있다. 저 분홍색 카드 두 장은 오늘 그들의 가족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마음을 보내다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네요. 더 열심히 일해야 할 것 같아요. 만들다보니 그런 생각이 드네요. 하하” 심우용 책임의 말을 끝으로, 오늘 활동을 마무리 짓는다. 끝까지 꾹꾹 눌러 담은 마음을 옆에서 옆으로 전한다. 이도명 실장은 심우용 책임에게, 심우용 책임은 유아린 행정원에게, 유아린 행정원은 강수지 사무원에게, 강수지 사무원은 김슬기 사무원에게, 김슬기 사무원은 이민혜 사무원에게, 이민혜 사무원은 오원규 행정원에게, 오원규 행정원은 이병권 행정원에게, 마지막으로 이병권 행정원은 이도명 실장에게. 모두 전했다.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더 기대된다. 완성된 마음들을 쭈욱 나열해놓고 보니 어느 하나 빛나지 않는 것이 없다. 돌아가서 각자 남은 하나의 카드를 완성하고, 챙겨간 재료들로 다양한 카드를 만들어 진심을 전할 테다.
따뜻하다. 며칠 동안 찬바람이 우릴 괴롭혔는데, 오늘 진주 날씨 참 맑다. 포근하고, 아늑하다. 우리가 모인 이곳, 붕어빵 간식을 먹으며 함께 보내는 이 겨울.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고, 진심으로 아끼는 이 시간. 어느 하나 따뜻하지 않은 것이 없다. 완벽한 하루다.
“모두에게는 쉬어갈 곳이 필요합니다. 어느 한 시간, 푹 젖어 있는 마음을 말리거나 세상의 어지러운 속도를 잠시 꼭 잡아매두기 위해서는 그래야 합니다. 하루를 정리하는 어느 시간의 모퉁이에서 잠시만이라도 앉아 있을 수 있다면 그곳은 천국이겠지요.” 그래, 맞다. 서로가 힘이 되어주는 여기. 행복한 이곳이 바로 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