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저마다 다른 가치를 키우는 화분이다. 어떤 이는 정성껏 사랑을 키우고, 또 어떤 이는 꿈을 키우고 열매를 맺는다. 강석중 원장은 모든 화분에 ‘존중’과 ‘배려’라는 거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무슨 뜻일까? 햇살 좋은 봄날, 강석중 원장과의 따뜻한 만남!지금 시작한다.
강석중 원장님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먼저 저희 「KTL TRUST」 독자 분들에게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KTL 임직원 여러분, 그리고 「KTL TRUST」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한국세라믹기술원(KICET) 원장 강석중입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돼 대단히 반갑습니다. 이런 자리에 익숙하지 않아 조금 긴장되는데요. 잘 부탁드립니다.(웃음)
KICET는 아주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세라믹 산업기술 연구개발의 대표기관이지요! 100여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기도 합니다. 긴 시간 세라믹 기술 혁신을 통한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해오셨는데, KICET 발전사에 대해 들려주세요.
KICET는 1912년 정부 조직인 중앙 시험소에 모체를 두고 있습니다. 이후 한 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세라믹에 관한 연구와 기술개발, 시험·분석·평가, 기술지원, 정부 정책지원, 산업화 등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왔습니다. 이를 통해 국내 세라믹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자 노력중입니다.
2000년 이전에는 산업부의 공무원 조직으로서 세라믹 분석에 주력했으며, 2000년에 정부출연화를 거쳐 2009년부터 지금의 ‘한국세라믹기술원(KICET)’이라는 독립기관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천에는 KICET가 독립기관이 되기 전에 설립된 분원을 두고 있습니다. 본원을 진주로 이전한 것은 2015년 3월이에요. 이제 막 2년이 되었네요.
KTL이 제품 분석 및 평가를 주도한다면, 저희 KICET는 소재 자체에 대한 시험평가를 진행합니다. 진주 세라믹소재종합지원센터, 부천 수도권시험분석·기업지원센터를 둔 국제적 규모의 세라믹 종합연구기관입니다. 진주 본원은 첨단세라믹 연구개발과 종합지원 기능을 담당하다 보니 에너지 소재나 환경, 전자 소재 등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천 분원은 전통세라믹과 구조세라믹 관련 연구개발을 수행합니다. 또한 진주 세라믹소재종합지원센터는 세라믹섬유 상용화와 기업 육성을, 수도권센터는 수도권 지역 시험분석 지원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말, 4월 초쯤에는 오송 지역에 융합바이오세라믹소재센터를 개소할 예정입니다. 그곳에서는 바이오세라믹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세라믹 분야에 저변을 넓히며 활약하고 계신데요. ‘세라믹’은 산업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에까지, 그야말로 인류 문명 발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지요?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이차전지와 같은 첨단제품 등 수많은 기기의 핵심소재로 활용되고 있고요. 「KTL TRUST」는 KTL 임직원뿐만 아니라 아주 다양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일반 독자들이 ‘세라믹’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원장님께서 설명해주시겠어요?
요즘 여러분이 자주 접하는 신소재 대부분은 세라믹입니다. 세라믹은 철이나 구리, 알루미늄, 주석 등과 같은 금속과 산소나 질소, 탄소와 같은 가벼운 원소들이 결합한 화합물을 말합니다. 갖고 있는 성질도 금속보다 훨씬 다양하죠.
전통세라믹은 주로 천연원료로 만들어집니다. 유리나 도자기, 시멘트가 대표적이죠. 반면 첨단세라믹은 잘 정제된 인공원료로 만들어집니다. 휴대폰 부품 80%, 연료전지 90%가 첨단세라믹으로 구성돼 있어요. 또 세라믹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가 바로 센서인데요. 자율주행자동차나 로봇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편하실 거예요. 모두 센서를 장착하고 있죠. 각종 센서의 70%이상이 첨단세라믹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임플란트를 비롯한 바이오 소재, LED조명 소재 역시 세라믹이라 보시면 됩니다.
이처럼 세라믹은 통신, 우주항공, 에너지 산업은 물론 바이오, 나노, 의료, 환경산업까지 전 분야에 걸쳐 활용되고 있습니다. 21세기 핵심 기반산업이자, 미래 신성장 동력 산업에서 없어선 안 될 필수 첨단 소재예요. 때문에 날이 갈수록 그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라믹’에 대한 전 분야의 관심과 집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이겠군요?
네 맞습니다. 우리나라 산업발전 과정의 과거 50년을 돌아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선진국을 모델 삼아 경쟁하는 형태로 산업을 발전시켜 왔잖아요. 철강도, 자동차도, 전자도, 조선도, 화학도… 그렇게 노력한 결과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게 되었지요. 그런데 아직 세라믹 분야는 아쉽고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나고야라는 도시 자체가 세라믹산업중심지로 계획돼 있어요. 독일 역시 마찬가지고요. 이렇게 한 구역에 세라믹 연구개발 기관 및 기업이 집중되어 있을 경우 발전 속도가 상당할 수밖에 없죠. 이러한 맥락에서 KICET가 진주로 이전한 건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경남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세라믹 연구개발 기관과 기업이 들어선다면, 우리나라 미래 산업의 중요한 부분을 수행해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KICET는 국제공인시험기관으로서 요업, 세라믹 신소재, 환경 등 전 분야에 걸친 산업에 신뢰성 높은 시험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소비자 보호, 제품 품질 검증 등을 위해 우수한 세라믹 품목에 대한 공인인증마크도 부여하고 있습니다. 다방면으로 중소기업지원을 위해 힘쓰고 계신데, KICET의 역할을 더욱 자세히 들려주세요.
저희 KICET는 중소기업의 꿈을 지원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세라믹소재종합솔루션센터에서 중소기업 설계단계부터 준 양산단계까지 세라믹소재정보은행과 시뮬레이션(Simulation), 테스트베드(Test-Bed, 시험대)를 통해 ‘One-Stop Total Solution’을 제공합니다. 최근에는 세라믹섬유실용화센터와 융합바이오세라믹소재센터를 통해 지역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고요.
뿐만 아니라 기술이전을 통해 우수 벤처기업을 발굴·육성·지원하는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거나, 세라믹 관련 산업체 재직근로자와 이공계 대졸 미취업자를 위한 세라믹 전문인력 양성사업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문화되고 체계적인 기업지원 시스템을 통해 세라믹 산업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공인인증마크는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으로서 세라믹 분야에 대한 시험·분석과 함께 우수한 세라믹 품목에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번 질문은 어떻게 보면 공적인 질문일수도, 또 한편으론 사적인 질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KICET라는 배의 선장으로서 느끼는 다양한 보람, 그리고 고충들이 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책임감도 있으실 테고요. 어떠신가요?
어느 곳이든 결국 사람이 모여 일하는 거잖아요. 소통과 믿음 없이는 어디서든 일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소통과 믿음이 있다면 회사 자체의 분위기도 좋고. 일할 맛도 나고, 직장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니까. 직원들에게 이 점을 늘 강조하는 편입니다.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어떻게든 이 기관에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따라서 가장 먼저, 최상의 연구 환경을 제공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구원들이 연구 외 다른 문제에 소요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면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으니까요. 일정한 정부지원을 잘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어떤 기관이건 구성원들이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최고라 자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기관은 그들을 최고의 인재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죠. 그것이 정부와 기관, 인재가 함께 성장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첨단산업 도시로 발돋움 중인 진주시에서 KTL과 KICET가 함께 수행해 나아갈 과제들이 참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에 주력할 생각이신지 궁금한데요?
세라믹 소재는 금속이나 고분자 소재가 갖지 못하는 다양한 특성을 지녔습니다. 극한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소재죠. 특히, 고기능 제품을 구성하는 소재는 대부분 특수 성질을 갖는 세라믹 소재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최근 개발되고 있는 신소재의 대부분이 세라믹 소재에요. 세라믹 소재를 기술집약적인 미래 중점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투자와 독자적인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싶어요. 세라믹 기술을 나노기술과 접목시킨 기술로 의학과 환경, 식품, 우주항공까지 연구 개발 영역을 더욱 확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KICET는 앞으로도 전기, 전자, 기계구조, 에너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다양한 영역의 연구 개발을 주도해 나아갈 것입니다. 또한 KTL과 우주항공 분야에서 많은 과제를 함께 수행할 것을 대비해 연구개발과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중입니다.
KTL 역시 KICET와 함께 수행할 과제에 있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대하고 계신 부분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KTL의 활동범위는 굉장히 넓잖아요.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이웃사촌으로서 KICET는 KTL과의 협업으로 경남 및 진주지역 전략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함께 수행한다면 더 좋겠고요. 또한 사천 항공산단, 창원 기계 산단 및 지역기반 중소기업과 장기적 협력관계를 맺어 경남 전략산업인 우주항공, 기계, 조선해양산업을 육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KTL과 KICET, 그리고 유관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우수한 업무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맡은바 업무를 충실히 이행해주는 직원들의 노력이 필수적일 텐데요! 혹시 KICET 내부적으로 직원들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당연히 고맙다는 말을 가장 먼저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선택받은 사람들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KICET는 큰 비전을 가지고 있는 좋은 기관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KTL도 마찬가지고요.(웃음) 따라서 모든 분들이 자부심을 갖고, 주어진 업무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해주기를 바라요. 저부터도, 이곳에서 여러분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우리가 서로 이런 마음을 가진다면, 소통은 원활해질 테고 자연히 능률도 높아지지 않을까요?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선후배, 동료가 하고 있는 일을 의심하지 말고 존중해주세요. 그리고 서로를 배려해주세요. 그 순간, 우리나라 세라믹 산업은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저는 KICET와 여러분 개개인이 무한히 성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릴게요!
아울러, 원장님의 경영 철학, 나아가 좌우명이랄까요? 삶의 철학이 궁금합니다.
세라믹 소재 산업이 미래 핵심 산업으로 거듭나려면 무엇보다 소재공학의 기본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양성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재원의 적절한 분배와 관리, 성과 평가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연구자에게 단기적, 가시적 성과보다 장기적, 전문적인 성과에 집중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KICET 가족 모두가 자신의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쓸 생각입니다.
그리고… 삶의 철학이라 물으시니 조금 쑥스러운데요.(웃음) 철학까지는 아니고… 제 스스로 마음먹은 것을 말씀드리자면,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상대의 의견이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겠죠. 그런데 그런 생각을 상대가 읽는 순간, 관계는 틀어지게 돼있어요. 그건 내가 상대를 배려하지 못 한 탓이에요. 상대를 존중하고, ‘내가 당신을 배려하고 있다’는 믿음을 줄 때 깊은 관계가 형성되죠. 어렵지 않아요. 존중과 배려. 만약 주변에 좋은 사람들만 있다고 생각된다면, 그건 분명 여러분이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했기 때문일 거예요.
마지막 말씀이 참 와 닿습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분명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했기 때문”이라니,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자신까지 스스로 칭찬하는 듯한데요. 마지막으로 KICET를 대표해 KTL에게 바라는 점, 그리고 「KTL TRUST」 독자 분들에 대한 인사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가 수출제품 위주로 산업을 육성하다 보니, 소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사과나무에 비유하자면, 사과(제품)를 어떻게 잘 팔지에 대한 관심은 크지만 나무(소재)와 뿌리(연구) 역할을 등한시 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뿌리 없는 나무는 없고, 나무 없이는 열매도 없겠죠. 산학연관 관계자 분들이 소재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소재’라 하면 어렵다는 생각부터 하시는 것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재’는 모든 산업의 근간입니다. 따라서 더욱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세요! KICET는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혹여 세라믹 사업화 및 기술개발이 난관에 봉착하는 일이 생긴다 해도, 현명하게 대처해 나아갈 수 있도록 KICET 연구자 모두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하고,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Mini Interview
KICET 강석중 원장이라는 화분에는 존중과 배려라는 거름이 가득하다. 그 거름이 일과 삶에 대한 무궁한 가치를 키워내고 있다. 이제 그 화분이 우리나라 세라믹 분야의 맛좋은 열매를 키워내려고 한다. 벌써부터 열매의 맛을 기대하게 되는 이유는, 그가 시종일관 일과 삶에 대해 깊이 있게 보여준 ‘진심’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