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인증의 역사는 국가의 산업기술 발전과 맥을 같이해 왔다.
‘시험인증을 통한 국가 산업발전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립된 KTL은 1960년대에는 기계산업의 성장과 발맞춰
기계에 대한 품질 평가라는 미션에 충실했으며 이후 전기·전자 분야로, ICT 분야로 시험인증 범위를 확대했다.
이러한 변화와 발전 속에서 2007년 문을 연 곳이 바로 소프트웨어인증센터다.
ICT라는 새로운 분야의 시장에서 요구하는 인증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소프트웨어인증센터의 바쁜 행보를 따라가 봤다.
새로운 기대, 적극적인 대응
세계 경제에 몰아닥친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 속에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신성장동력으로 산업과 산업, 기술과 기술의 융합이 주목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연결되는 키워드인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 산업의 기반은 바로 소프트웨어.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융합의 산물들이 우리사회를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KTL에도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 제품의 성능과 신뢰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주는 것. KTL 소프트웨어인증센터는 소프트웨어 제품의 성능, 품질, 신뢰성, 적합성, 안전성을 시험·평가해 성적서를 발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인증센터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거의 전 분야 시험인증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블랙박스에 조작방지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지 시험인증하기도 하고 네비게이션, 바이러스백신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제품의 무결성을 시험하고 기준을 넘으면 인증을 통해 성적서를 주는 것이죠.” KTL 소프트웨어인증센터 조원준 센터장은 그동안 담당해온 업무를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제까지는 GS인증(Good Software Certificate)이 우리 센터의 주요 사업이었습니다. 소프트웨어 품질 분야 국내 유일의 인증마크죠. 그런데 GS인증은 미래부가 주관하는 법정인증으로, KTL은 인증기관 역할만 맡고 있어요. KTL이 주관하는 순수한 민간인증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KTL 마크 인증’입니다.”
자체 인증서비스로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다
자체 인증을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 시장 수요에 맞는 인증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KTL이 갖고 있는 미래 방향성이다. 제품 성능, 안전성, 신뢰성 등을 시험·평가하는 ‘KTL 마크 인증’이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KTL 마크 인증은 국제표준화기구(ISO)·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국가표준(KS) 등 국내외 표준 규격을 모두 반영하고 있다. 국가통합인증(KC) 같은 법정 인증과 달리 기업 품질경쟁력을 측정, 보장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인증’이라고 하면 주로 정부에서 주도하는 법정인증을 말합니다. 그런데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민간 주도의 인증이 보편화되어 있어요.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 민간 인증이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해가야 합니다. 선진국의 인증기관에 비하면 KTL의 역사나 인지도가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부터 민간 인증을 만들어서 정착시켜 나가야 합니다.” 더욱이 사회 전반에 규제완화가 가속화되면서 인증제도 역시 통합되거나 아예 사라지는 수순을 밟고 있다. KTL이 글로벌한 인증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브랜드 인증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인증센터는 1년에 걸쳐 품질시스템 구축과 마크 디자인 등을 완료했으며 지난 2월 첫 인증서를 발급했다. 이제부터는 수요를 창출하고 시장을 형성시키는 미션에 집중해야 한다. “올해까지 시범사업을 벌인 뒤 내년부터 사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시범 기간 안에 신청한 업체에는 인증비용 면제 혜택을 제공하며 GS인증과 함께 인증을 신청할 경우에는 시험수수료도 없습니다. 동시에 수요처를 발굴해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인증과 달리 수요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혜택이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인증센터는 ‘시험 인증 기관’이라는 역할에 특화한 서비스로 수요를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타 시험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시장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오는 3월에는 모든 인증 절차와 비용, 규격에 대한 안내는 물론이고 인증을 받은 제품에 대한 홍보까지 가능한 전용 웹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2월 ‘소프트웨어 제품에 대한 개인정보보호 기능’ 분야에서 최초의 KTL 마크 인증서가 발급됐다. 정보통신기술(ICT)기업 크리에이티브넷이 개발한 ‘ICT 융합 기반 출입통제시스템’이 첫 인증의 주인공. KTL 소프트웨어 제품 개인정보보호 기능 인증은 개인정보보호법 6개 법령 중 소프트웨어 제품에서 지원하는 기술 요구 사항과 KTL 자체 기술 규격을 반영해 만들어졌다. 방대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개인정보보호 분야를 먼저 시작한 이유는 국내외에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수요가 크고 그만큼 파급효과도 강력하기 때문이다. “기존 개인정보보호 인증은 제품이 아니라 조직이 대상이었습니다. 어떤 조직이 법 규정에 부합도록 암호화를 하고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죠. 만약 A라는 조직에서 구입한 소프트웨어에 암호화 기능이 없을 경우 다른 제품을 추가로 구입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겠죠. 저희는 이런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제품 자체에 대한 인증으로 특화 시킨 겁니다.”
소프트웨어인증센터는 향후 KTL 마크 인증 서비스를 다양한 산업분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KTL 마크 인증의 두 번째 분야로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가정용 전기기기 대상의 ‘유통업체 납품제품 품질 인증’을 시작한다. 이외에도 기업군별로 제품의 품질과 안전에 대한 검증 요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소프트웨어인증센터는 여러 산업분야로 서비스를 확대해 자체 인증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KTL 융합의 구심점으로
“아직 소프트웨어인증센터가 KTL 내에서 큰 영향력은 없지만, 앞으로 다른 전기, 기계, 화학 같은 분야와 융합할 수 있는 유일한 분야라는 점에서 분명 존재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희들만으로는 시장이 커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KTL에는 이동통신, 전기, 전자, 의료 등 다양한 분야가 있고 이 모든 곳에 소프트웨어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역량을 키워나간다면 앞으로 KTL의 인프라가 소프트웨어인증센터를 중심으로 모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미래지향적인 분야다. 그만큼 변화가 빠르다. 6개월만 지나면 모든 기술과 환경이 바뀌기 때문에 항상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하고 새로운 것을 발굴해야 한다. 소프트웨어인증센터는 소프트웨어가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서 전 산업 분야를 리드하게 될 미래를 적극적으로 대비함으로써 KTL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