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있다. 빠르게 걷는 사람과 조금 느리게 걷는 사람. 주변을 둘러보는 사람과 앞만 보고 걷는 사람. 다르게 걷던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같은 속도로 한 곳을 보고 걷는다. 함께 걷던 두 사람 사이에 한 사람, 또 한사람. 네 사람이 있다. 넘어질세라 격려하고, 힘들세라 보폭을 맞춰 걷는.
3월, 꽃샘추위가 지나면 완연한 봄이 피어날 것 같습니다. 봄과 함께 「KTL TRUST」 9호가 발행되었는데요! 문종현 연구원님, 안녕하세요! 우리 KTL 식구들과 웹진 독자 분들께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간단한 가족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기계안전기술센터 문종현입니다! KTL에서는 발전 플랜트 및 에너지 관련 국책과제 연구와 일반시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집에서는 제 어여쁜 아내 김영미의 남편으로 살고 있습니다. 듬직한 첫째 문정호, 애교쟁이 둘째 문준호의 아버지이기도 하고요. 저희 가족은 경남 진주시민인데요. 이곳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며 도란도란 지내고 있답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듬뿍 묻어나는 소개 감사합니다. 이렇게 촬영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지는데요?
말씀하신대로 올해부터 「KTL TRUST」는 KTL 직원의 가족을 소개해주고 있으시죠! 웹진이 발행되면 특히 이 코너를 재미있게 보았어요. 함께 일하는 동료, 잘 모르던 동료를 만나는 것을 넘어 그들의 가족까지 볼 수 있는 코너잖아요. 가족의 또 다른 가족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죠. 회사 밖에서의 생활, 인간적인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어 참 의미 있어 보였는데, 때마침 제게도 기회가 온 거예요.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하하! 웹진 독자로서 후기까지, 정말 감사합니다. 가족소개 코너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이 코너에 대해 동료 분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있으신지, 이번 호에 참여하신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동료 분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말씀해주세요!
사실 아직 웹진에 가족 소개 코너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 워낙에 바쁘다보니 꼬박꼬박 웹진을 챙겨 보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탓이겠죠. 하지만 적어도 제 주변 분들에게는 확실히 알리게 되었네요. 출연 사실을 말하자 앞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분들도 많았어요. 이 코너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KTL 내부 직원들에게 「KTL TRUST」 인지도 역시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 말씀을 해 주시니 힘이 나는데요! 이번 촬영은 네 식구가 단란하게 참여해주셨네요. KTL 본원이 진주로 이전한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지요? 원래 거주하던 곳은 어디셨나요?
원래 저와 아내의 고향은 대구예요. 그러다 제가 안산에 있는 KTL 경기지역본부로 이직하면서 한동안 주말 부부로 지내기도 했습니다. 결혼 1주년이 되는 기념일에도 제대로 보내지 못해 아쉬웠죠. 항상 함께 지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어요.
그래서 2015년, 진주행을 결심했고, 드디어 네 식구가 한 집에서 살 수 있게 됐어요. 이곳 생활도 어느덧 3년차에 접어들었네요. 진주는 아늑하지만 진취적인 도시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족, 직장동료들과 함께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3년이라면 아직은 진주가 조금 낯선 도시일수도, 조금은 정든 도시일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곳에서 쌓은 소소한 추억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진주는 군복무 시절 훈련소에 방문한 게 다였어요. 가족들과 진주에 온 후론 주말마다 발길 닿는 곳 어디든 여행했죠. 가족과 함께 최대한 많은 곳을 다니면서 같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진주는 지리산 자락의 수려한 산림과 싱싱한 해산물을 품은 도시예요. 도시 어딜 가도 자연과 동화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아! 이곳이 자연보다 더 의미 있는 이유가 있어요! 저희 둘째 아이와 회사 동료의 아이가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태어났다는 거예요! 태어나는 순간부터 서로의 친구가 된 두 녀석의 값진 인연이 담겨있죠. 그렇게 진주는 제게 제 2의 고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태어난 순간 친구를 선물한 도시라니… 정말 의미 있으시겠어요. 자녀분들이 어린만큼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흐뭇했던 기억도 있으실 것 같아요. 종종 어른들은 어린아이들에게서 삶의 혜안을 얻기도 하지요. 생각지도 못했던 순간, 자녀분의 행동에 깜짝 놀랐던 일은 없으셨나요?
어린 자녀를 둔 분들은 공감 하실 것 같은데… 한번은 첫째 아이에게 장난삼아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 물은 적이 있어요. 아이가 한참동안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내심 불안하기도 했는데요.(웃음) 얼마 지나지 않아 환하게 웃으면서 “엄마도 좋고, 아빠도 좋아”라 말 하더라고요. 아이에게 그 선택은, 배려가 아니었을까요? 물론 정말 엄마 아빠 모두 좋아하겠지만. 고민 끝에 누구의 기분도 상하지 않는 대답을 내놓는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상대를 배려하려는 마음을 느꼈어요. ‘이렇게 아이에게서 배우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녀분의 소소한 행동에서 배울 점을 찾으시는 모습을 보니, 자녀분은 정말 엄마 아빠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다면 ‘이것만큼은 우리가족이 최고다!’하는 자랑거리가 있으시다면요?
저희 가족은 ‘흥’부자에요. 흥이 넘쳐흘러 ‘흥’부자! 신나는 음악만 있으면 온 가족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막춤 대향연을 펼치곤 합니다. 첫째 아이는 음악소리가 나면 정말 신나게 춤을 춰요. 그런데 혼자 추는 게 아니라 항상 엄마 아빠도 같이 추자며 흥을 돋워요. 이에 질세라 둘째 아이도 몸을 흔들기 시작하죠. 넷이 마주보고 신나게 춤추며 하하호호 웃다보면 ‘이런 게 아이들을 키우면서 얻는 행복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저희 아내는 평소 저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아요. 퇴근 후 집에 들어가면 자신도 육아로 힘들었을 텐데 “오늘도 일하느라 고생했다”며 힘을 줍니다. 그러니 저도 자연스레 즐거운 마음으로 집안일을 돕게 되고, 아이들도 저를 따라 즐거운 장난감정리 놀이와 청소 놀이를 시작하게 된답니다.
청소를 ‘놀이’라고 말씀하시다니, 그야말로 ‘긍정파워’가 가득 전해지는데요! 아내분과 자녀분들에 대해 정말 애틋한 마음을 갖고 계신 듯합니다. 오늘 촬영에 대해 가족 분들은 어떤 말씀을 하셨나요^^?
아내가 부끄러움이 많아요. 촬영에 대해 이야기 했더니 ‘괜한 걸 신청했다’ 말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아내가 신이나 보였어요. 말은 그렇게 했어도 내심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에요. 촬영하기 전에 머리도 새로 하고, 평소엔 잘 하지 않던 화장도 하더군요. 그 모습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 전에는 누구 못지않게 잘 꾸미고 다녔었는데, 결혼 후 아이들을 키우면서 많은 부분을 헌신하느라 그러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었고요. 좋은 추억을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고마웠죠. 아이들은 그저 좋아하며 춤을 췄어요. 음악 없이도 춤을 추다니, 아이들은 아이들인가 봐요.(웃음)
한 발 한 발, 서로의 걸음을 맞춰 걷는 사이가 바로 가족이 아닐까 싶은데요. 아내 분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아내는 제가 군 제대 후 처음 하는 소개팅에서 만났어요. 얼마나 떨렸겠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그때는 연결되지 않았어요.(웃음) 그러다 10년쯤 시간이 흘러 우연히 좋은 사람을 소개받을 기회가 생겼어요. 그런데, 사람 인연이 정말 신기해요. 그 자리에 10년 전 소개팅에서 만났던 그 여성이 나온 거예요! 그렇게 다시 만난 인연으로 결혼까지 하게 되었답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주말부부로 지낸 것도 모자라 낯선 진주까지… 저 하나 믿고, 가족 하나 바라보고 옆을 지켜준 아내에게 늘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생각지 못했던 고생을 시키는 것 같아서요. 이 자리를 빌려 마음에 고이 접어두었던 말을 해도 괜찮겠죠?
“여보! 당신은 예전에도 예뻤고, 지금도 예뻐. 앞으로도 당신은 내게 가장 예쁜 사람일 거야. 우리 같이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아보자. 믿고 따라와 줘서 고마워! 진심으로 사랑해!”
앞으로 가족과 함께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가보고 싶은 여행지나, 특별한 활동, 만들고 싶은 추억이 아주 많으실 것 같은데요!
아직은 둘째 아이가 어려 가족여행을 다니기가 쉽지 않아요. 아내가 워낙에 여행을 좋아해서, 많이 다니지 못해 늘 아쉬운 마음이 있어요. 네 식구가 언제, 어디로든 신나게 떠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가 조금 자라면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참 많죠. 하고 싶은 것도요! 특히 저희 부부는 전국의 명소를 돌아보며 맛있는 음식을 찾고, 맛보는 것을 좋아해 미리미리 아이들과 함께 갈 만한 장소와 식당을 알아보고 있어요.
최근에 출장이 잦아져 이전처럼 가족끼리 떠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거든요. 아이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입니다. 앞으로 상황이 허락되는 한, 네 식구가 다양한 추억을 만들며 살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어린 시절의 추억을 선물해 주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문종현 연구원님께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어릴 적 제 아버지께서는 일 때문에 굉장히 바쁘셨어요. 그래서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었죠. 그러다 저는 커버렸고, 자연히 시간 내기가 더 힘들어졌어요… 정말 아쉽기만 하죠. 때문에 저는 아주 잠깐이라도,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 가족과 보내려 노력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세상이라지만, 가족의 사랑이 있다면, 살아갈 힘을 얻게 되죠. 그래서일까요? 제게 가족은 ‘함께’입니다. 언제나 함께하는 사람! 함께 울고, 함께 웃고, 함께 발 맞춰 걷는 사이.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