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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정보
환율·금리·주가의 기준이 달라지는 ‘뉴 노멀’ 시대
더 유연한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하는 이유?
표준·인증·신뢰는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키워드
‘정상’이 바뀐 시대, 유연성이 경쟁력입니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환율 1,200원이 더 이상 ‘높은 환율’로만 느껴지지 않고, 금리와 주가지수의 기준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지금의 글로벌 경제를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말로 진단한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믿어온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호에서는 오건영 단장에게 글로벌 경제의 변화, 기업이 주목해야 할 변수, AI와 에너지 산업의 성장 가능성, 그리고 표준·인증·신뢰가 미래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이유를 물었다.
오건영 단장은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이 협업해 만든 자산관리 브랜드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에서 단장 역할을 맡고 있다. 환율, 금리 등 매크로 경제를 중심으로 고객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해왔으며, 《부의 시나리오》, 《위기의 역사》, 《환율의 대전》, 《부의 갈림길》 등을 집필했다.
Q&A 인터뷰
Q1.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해 진단해 주신다면?
지금의 글로벌 경제를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단어는 ‘뉴 노멀’입니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해온 기준이 과연 지금도 유효한가를 다시 물어야 하는 시기라는 뜻입니다.
환율만 봐도 그렇습니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원·달러 환율의 평균은 1,160~1,170원 수준이었습니다. 당시에는 1,200원만 넘어도 상당히 높은 환율로 받아들였죠. 그런데 최근 몇 년간 환율이 1,300~1,400원대에 오래 머물고, 한때 1,500원 선까지 올라가면서 이제는 1,200원이라는 숫자가 오히려 낮아 보이는 상황이 됐습니다. 기준이 바뀐 것입니다.
금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직후 1년 정기예금 금리가 1%에도 미치지 못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2% 금리만 되어도 높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3~4%대 금리도 낯설지 않습니다. 주가지수 역시 오랫동안 익숙했던 범위를 넘어 새로운 레벨을 논의하게 됐습니다.
환율, 금리, 주가가 모두 과거와 다른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정상에만 매달리면 이미 바뀐 세상에 적응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상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변화에 맞춰 사고방식을 조정하는 일입니다.
Q2. 빠른 변화 속에서 기업가들에게 필요한 시각은 무엇입니까?
앞서 말한 뉴 노멀의 핵심은 유연성입니다. 세상이 이미 바뀌었다는 사실을 빠르게 감지하고, 그 변화에 맞춰 대응 방식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기업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될 수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봐야 합니다.
수출 기업이라면 해상 운송로가 막히는 문제를 고려해야 하고, 제조업이라면 원자재 수입 루트가 흔들리는 상황을 대비해야 합니다.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전략적 요충지에서 문제가 생기면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미국이 과거처럼 ‘세계의 경찰’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흐름도 지역 분쟁과 공급망 불안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과거의 교과서적인 운영 방식만 고집해서는 안 됩니다. 제조업에서는 재고를 최소화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효율적이라고 여겨졌지만, 공급망 리스크가 커진 시대에는 일정 수준의 전략적 재고를 확보하는 판단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당연하게 여겼던 정상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유연성이 기업가에게 절실합니다.
Q3. 치열한 미래 산업 경쟁 속에서 한국이 갖춰야 할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한국은 변화에 민감하고 민첩하게 적응해온 경험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핵심은 ‘AI를 얼마나 깊이 있게 산업 전반에 연결하느냐’입니다. AI라고 하면 반도체나 하드웨어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AI는 특정 산업에만 머무르지 않고 거의 모든 산업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AI 중심의 신경제는 성장하고, 전통 제조업 같은 구경제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신경제와 구경제 모두에 강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구경제가 AI를 얼마나 빠르게 접목하느냐’입니다.
예를 들어 제조 공정에 물리적 AI와 AI 알고리즘을 적용할 수 있고, 자동차 산업도 로봇·AI와 결합하면 전혀 다른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한국처럼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국가라면 AI를 기존 산업과 융합하는 능력이 곧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Q4. 향후 5년, 가장 크게 성장할 산업이나 기술 분야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I 관련 산업은 당연히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에도 AI는 큰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산업의 발전은 미국이 주도했지만, 한국은 그 흐름을 빠르게 받아들여 인터넷 강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AI에서도 한국이 그 틈새를 잘 파고든다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AI와 함께 주목해야 할 분야는 에너지입니다. AI는 흔히 ‘에너지 먹는 하마’라고 불릴 만큼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AI 산업이 성장하려면 원천적인 에너지 조달, 재생에너지, 에너지 저장 기술과 인프라가 함께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AI와 에너지가 탄탄한 기반을 만들면 신경제가 더 강해지고, 그것이 다시 전통 산업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성장 산업은 AI 하나만으로 설명되기보다, AI를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와 기존 산업의 융합까지 함께 보아야 합니다.
Q5. 표준, 인증, 신뢰성이 경쟁력이 되는 흐름은 어떻게 보십니까?
미래에는 과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신기술이 등장할 것입니다. 신기술은 우리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기술일 수 있고, 만나본 적 없는 시장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경험해보지 못한 기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입니다.
이때 표준과 인증, 신뢰가 중요해집니다. 먼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기술을 검증받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 기술이 특정 국가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범용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면, 그 기술에 대한 친숙함과 확장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기술은 상당 부분 무형 자산입니다. 말만 듣고 믿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신뢰가 축적되면 ‘한국에서 만든 기술이라면 믿을 만하다’는 인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표준, 인증, 신뢰는 신기술이 낯선 세계로 나아갈 때 저항을 줄이고, 한국이 다른 국가보다 강한 경쟁력을 얻는 데 도움을 주는 무형의 가치입니다. 꾸준히 개발하고 축적해야 할 자산입니다.
Q6. 기업들이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경제 변수는 무엇입니까?
가장 중요한 변수는 물가와 금리입니다. 물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관세나 전쟁처럼 일시적인 요인 때문에 물가가 올랐고, 시간이 지나면 완화될 것이라는 시각입니다. 관세는 한 번 올라가면 그 수준이 유지될 뿐 매년 같은 폭으로 계속 오르는 것은 아니고,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도 전쟁이 끝나면 진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우려합니다. 물가 상승 압력은 2021년부터 본격화됐고,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더 커졌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이 목표로 하는 2% 수준으로 물가가 충분히 안정되지 못한 기간이 길어지면서, 경제 주체들 사이에 ‘물가는 계속 오른다’는 기대가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이 차이는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줍니다.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며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물가가 고착화되면 높은 금리를 오래 유지해야 합니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저물가·저금리로 돌아갈 가능성과 고물가·고금리가 길어질 가능성을 모두 놓고 시나리오를 세워야 합니다. 이 변수는 환율과 주가, 자금 조달 환경에도 직접 연결됩니다.
Q7.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에 개인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요?
개인에게도 유연성이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거부감이 있었거나 낯설게 느껴졌던 것들도 시대가 바뀌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여 년 전만 해도 주식 투자를 도박처럼 보는 시선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앞으로 AI 산업이 발전하면 생산성이 높은 산업이 더 많은 성과를 가져가는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개인이 당장 AI 핵심 기술을 모두 익혀 그 산업의 정점에 서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생산성이 나오는 산업을 이해하고, 투자 등을 통해 그 성장의 과실에 참여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 투자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세상이 어디에서 생산성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하는 일입니다. 과거에는 터부시되던 영역이라도 변화한 현실에 맞춰 배우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유연한 세상 이해와 학습 태도가 개인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Q8.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과 청년들에게 조언을 전한다면요?
요즘은 난이도가 매우 높은 시대입니다. 20년 넘게 시장을 보아온 입장에서도 지금처럼 세상이 빠르게 바뀐다고 느낀 적이 많지 않습니다. 미국은 자국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도 첨단 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각국이 성장 산업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 양극화, 기술 발전, 환율과 금리의 변화가 겹치면서 기업 경영의 복잡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매크로 경제를 보는 사람에게도 어려운 환경인데, 현장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에게는 훨씬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부입니다. 산업 자체에 대한 연구는 물론, 트렌드와 기술 발전 방향, 금융과 매크로 경제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가져야 합니다. 다행히 지금은 유튜브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 채널이 열려 있습니다. 기업과 개인, 특히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태도는 과거보다 훨씬 더 열린 자세로 배우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 학습이 상시화되어야 변화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