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직장2 _ 한마음 등반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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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부터 온 서신
진주 월아산, 한마음 등반대회

“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 햇살에 비친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워요. 눈을 감으면 싱그런 바람 가득한 그대의 맑은 숨결이 향기로와요. 길을 걸으면 불러보던 그 옛 노래는 아직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하네.” - 이문세, ‘가을이 오면’ 중

가을이 오면 그렇단다. 그냥 지나치던 것들이 아름답고 바람도 향기롭고 괜스레 설레고… 그래서 오늘 우리는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는다. 가을이니까, 바람이 자꾸 우리를 밖으로 불러내니까!밀어주고 당겨주며 월아산에 오르기로 한다. 선선한 공기가 금호지 주변을 가득 메우고, 산들바람이 월아산 숲의 향을 이리저리 옮기고 있다.

단풍보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

“연구실에서는 늘 시간에 쫓겨요. 시간적으로 촉박한 업무가 굉장히 많거든요. 그런데 이런 자리에서 업무 스트레스를 털어내니 후련하네요. 사무실에만 있으니 서로 잘 몰랐는데, 이렇게 이름표를 달고 있으니 이름 한 번 더 불러보기도 하고요. 조금 이따 산 정상에서 다른 부서원과 함께 인증샷도 찍어야 하거든요. 오늘 정말 기대되네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명찰을 나눠주던 총무자산실 이도명 실장이 웃으며 말한다. 연신 밝은 표정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에서 들뜬 기색이 역력하다.
모두들 명찰을 목에 걸고 나란히, 나란히 줄을 맞춰 선다. “날씨 참 좋습니다. 여러분 모두 그동안 업무에 수고 많았습니다… 이런 얘긴 않을게요. 아무도 다치지 않고 오늘 행사 끝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다치면 가정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까지 흔들립니다! 이점 명심하셔야 합니다!(웃음)” 경영지원본부 김기석 본부장의 인사말로 오늘 일정이 시작된다.
몇 차례 스피커 테스트가 이어지더니 이내 모처럼 듣는 익숙한 음악이 나온다. 초등학생 시절, 월요일 아침 조회시간을 알리던, 가을 운동회의 시작을 알리던, 그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멜로디. 몸이 먼저 반응하는 국민체조 시간이다. 그렇게나 시간이 흘렀는데도 몸이 동작 하나하나 기억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적당히 몸도 풀었으니 산행을 앞두고 단체사진을 찍는다. 산에 오르기 전 마지막 보송보송한 모습을 담고 드디어 줄지어 산으로 향한다. 오늘 우리들의 미션은 정상에 올라 다른 부서원과 사진 찍기! 평소 말 한 마디 나눠보지 못한 동료가 너무도 많은데, 어떻게 말문을 틀지 어떤 즐거운 일이 산 정상에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걸음을 뗀다.
“자연과 함께하는 오늘은 바쁜 일상의 작은 틈이네요. 즐겁고, 유쾌한 산행입니다. 평소엔 다들 너무 바빠 쉬는 시간 없거든요. 뿔뿔이 흩어져 지내다 전체가 모이는 건 1년에 한두 번이예요. 바로 오늘이 그 값진 날이니 하루 통째로 재충전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맘입니다.” 최종두 노조위원장의 서글서글한 눈매가 함께 산행하는 동료들의 마음을 모두 아우르고 있는 것만 같다.
지친 이들은 아직 단풍들지 않은 가을 산의 쾌청한 공기를 힘껏 들이마시기도, 주머니에 챙겨온 초코바를 꺼내먹기도 한다. 그런 동료를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다른 동료들이 있다. 그러니 서두르지 않아도 좋다. 이 계절의 정취를 마음껏 느끼며 두런두런 걸어보는 것이다. 산도, 나무도, 바람도, 작은 동물들도 이곳에선 여유로워도 된다. 아직 단풍이 오기 전이다. 조금 천천히 걸으며 서로의 얼굴을 살펴보자.

오늘의 강수확률은 30%

정상에 올라 미션을 수행하고 나니 내려오는 걸음이 한결 가볍다. 하산 행렬이 이어지자 아래에 모인 이들은 다음 행사 준비를 끝마친다. 투호와 제기차기, 그리고 돌림판 경품 행사가 있을 예정이다. 돌림판 경품행사는 소소한 일상용품부터 알찬 가전제품까지 하나하나 우리 직원들에게 필요한 선물이 준비되었다.
여기저기서 환호와 탄성이 들려온다. 제기에 소질이 보이는 이는 이미 목표 개수를 훨씬 넘기고 있다. 그 옆으로 투호에 도전하는 줄이 이어졌다. 신중하게 던지는데 생각처럼 쉽게 들어가지 않는다. 하나 넣기도 힘들다. 오기 아닌 오기가 생겨 여러 차례 도전해보지만 마음 같지 않다. 경품행사 돌림판 앞에 줄을 보며 오늘의 1등을 거머쥘 사람이 궁금해진다. 행운의 여신은 과연 누구의 손을 잡을까?
“연습 때는 꽝만 걸리는 거예요. 당첨 칸이 이렇게 큰데. 그래서 기대도 않고 돌림판을 돌렸는데 처음 당첨이 걸렸지 뭐예요. 그래서 행운권 상자에 손을 넣어 휘휘 젓는데 네 번째 손가락에 종이 하나가 탁 걸렸어요. 더 섞을까, 하다가 그냥 그 종이를 꺼냈죠. 근데 1등이라니요! 다들 축하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이런 행운권 당첨이 돼 보기는 처음이에요! 기대도 않고 있었으니 선물이 뭔지도 제대로 듣지 않았는데, 로봇청소기를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이겠죠? (웃음)” 1등은 재무관리실 박복순 선임행정원에게 돌아갔다. 소녀처럼 웃는 그녀의 미소 뒤로 잔잔한 바람에 일렁이는 나무들이 축하를 전했다.
그 뒤로 시스템안전기술센터의 나경록, 주요한 신입사원이 보인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사무실에만 있어서 아쉬웠어요. 바람 쐬니 정말 좋아요.” 활짝 웃어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오늘 등반대회가 우리 직원 모두에게 유쾌한 시간이 되었음을 짐작해본다.

하나, 둘 빗방울이 떨어진다. 오늘 강수확률은 30%였는데 행사가 마무리될 무렵부터 또 다른 가을 손님이 대지를 적시기 시작한다. 자연 속에 어우러지니 한층 너그러워지는 마음. 한결 부드러워지는 웃음. 다함께 맛볼 점심은 또 어떤 풍성한 맛일까. 돌아가 사무실에서 만나면 반가울 것 같다. 한동안 종아리에 자리한 근육통이 오늘을 자꾸 떠올리게 해줄 것이다. 우리들의 소소한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점심시간이면 오늘을 회자하며 ‘우리 또 가자’는 말을 주고받을 것이다. 좋다. 오늘 하루 가을로부터 즐거운 서신 한 통을 받았다. 가느다란 빗줄기가 조금 이르게 떨어진 나뭇잎들을 적시고 있다. 그 모습이 꼭 우리들의 발자국을 닮았다.

Mini Interview

표정이 정말 밝으세요~ 오늘 산행을 많이 기대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네 맞아요. 평소엔 다들 너무 바빠 쉬는 시간 없거든요. 뿔뿔이 흩어져 지내다 전체가 모이는 건 1년에 한두 번이예요. 바로 오늘이 그 값진 날이니 하루 통째로 재충전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맘입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날씨 좋은날, 모처럼 나오니 기분이 어떠세요? 분위기 정말 화기애애한 것 같습니다.

어… 온 식구가 모였어요! 오늘! 드디어! 그동안 많이 힘들었어요. 옛날 구로에 있던 시절과 많이 달라져서, 절반 이상은 잘 모르겠어요. 젊은 친구들만 바뀐 것 같기도 하고… 이런 기회 흔치 않은데 생동감 넘치는 우리 식구들의 모습에 절로 기분이 좋습니다!

 

이전부터 쭉 봬왔는데, 늘 사진기를 들고 다니시지요?

제가 주특기가 파파라치예요. 다들 자기가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잘 모르잖아요. 오늘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어서요. 사진을 매개로 알아가고,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고요. 하나하나 보정작업까지 하면 그 사람 얼굴을 기억하게 되기도 하지요. 오늘 취지랑 가장 잘 맞죠?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