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리는 비는, 만개한 꽃들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일까. 많은 이를 기쁘게 해주었으니 떠나기 전 시원하게 목이나 축이라고 쏟아지는 걸까. 궂은 날씨가 궂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떨어지는 봄의 조각들이 예쁜 길을 만들어주어서다. KTL 디지털산업본부 EMC평가센터로 향하는 정오. 걸음걸음마다 발끝을 간질이는 봄의 조각들이 기분 좋은 만남을 예고하고 있다.
어딘가 닮은 두 사람을 만나다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웹진 섭외 요청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몇몇 분께서 저희 센터 출연을 추천해주셨다는 말씀에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어요. 웹진을 구독하고 계신 많은 분들에게 저희 ‘EMC(electromagnetic compatibility, 전자환경적합성)평가센터’에 대한 소개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더욱이 대단히 아끼는 후배인 이재성 연구원과 함께라니, 오늘 하루 값진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되는데요.(웃음)”
박형관 책임연구원이 취재팀에게 건넨 인사는 참 자상하고 여유로웠다. 그런 선배 곁에 진중한 모습으로 자리한 이재성 연구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막연히 ‘참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웃는 모습이 닮은 걸까? 아니면 머나먼 친척 사이라도 되는 걸까?
두 사람이 내일을 만드는 곳
오늘날 전 산업 분야를 통틀어 설명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는 바로 ‘4차 산업혁명’. 가까운 미래에는 IoT, AI, 빅데이터, 스마트카 등 무선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 국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또한, 근래에는 각종 기기 간 연결(예를 들어, TV와 DVD 등)이 별도의 케이블 없이 오직 ‘무선’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과거처럼 복잡하게 전선을 연결하는 풍경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깨끗한 환경이 조성되는 반면, 늘어나는 무선 주파수로 인해 예측하지 못한 전자파의 피해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따라서 제품의 내구성을 강화하는 등 대비책을 세우기 위해 많은 노력과 비용이 요구되고 있다. 만일 설계 단계에서 사전 EMC를 예측하고 대비할 뿐만 아니라 정확한 EMC 현상 분석까지 이루어진다면 기업의 실적 및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국내 전자파 분야는 타 분야에 비해 연구돼 온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국내에서 전자파 분야에 대한 연구를 가장 빨리 도입한 기관인 KTL 역시 그 시작 시기가 1990년대 초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단기간에 많은 성과를 도출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L은 연구 초기부터 국내 기업이 제품을 해외에 수출할 때 미국 FCC 인증(규제지역은 미국 전역으로, 전파발생장치 및 사용 시 전파 발생 부품 혹은 구성요소에 적용. 미국 내에서 사용되는 전파 발생 장치의 부품이나 구성요소를 파악하고 승인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목적)이나 유럽의 CE마크(제품이 안전, 건강, 환경 및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유럽규격. EU 내에서 유통되는 소비자 안전 관련 제품에는 반드시 승인 및 부착 필요) 취득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후 오늘날까지 전자파 산업 분야는 그 범위를 점차 넓히면서 현재는 더욱 세분화된 업무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EMC평가센터의 경우, 하우스홀드기기, 조명기기, 멀티미디어기기, 의료기기, 산업용기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대한 EMC평가를 수행하고 있지만 제품을 명료하게 분류하기 곤란한 경우에 맞닿았을 때 이를 처리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게 된단다. 독특한 제품이 많다보니 매번 ‘규격에서 언급되지 않은 제품은 어떤 매뉴얼에 따라 제품군을 분류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형관 책임연구원과 이재성 연구원은 EMC평가센터 내에서 이러한 제품군을 처리함으로써 각 그룹들이 다른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고 선택과 집중을 하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독특한 제품이나 규격에서 언급되지 않은 제품이 많다보니 지침서를 봐도 어려운 부분에 대해 고민하며 끊임없이 관련 자료를 찾아야 하는 두 사람. 박형관 책임연구원은 업무상의 고충을 이야기하다 이내 “이재성 연구원은 웹 검색 능력이 아주 뛰어나요. 여기저기서 제품에 대한 스펙 등을 찾아 대안을 만들어 두었다가 제가 고민에 빠지면 제시해 주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 괜스레 뿌듯해져요. 내 문제를 해결해줬다는 고마운 마음도 들고요.”라며 웃어보인다.
밀어주고 당겨주며 내일을 향하는 두 사람
사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재성 연구원이 KTL에 입사하기 직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재성 연구원이 면접을 볼 당시 박형관 책임연구원이 면접관으로 그 현장에 함께했던 것. “이재성 연구원이 워낙에 멋있잖아요. 그런데 스마트하기까지 했으니 당연히 기억에 남았죠. 그런데 그 훤칠하고 수줍음을 타는 모습은 업무시간 이외의 모습이었어요. 업무 중에는 늘 적극적이고 능동적일뿐만 아니라 굉장히 똑똑한 친구라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요즘엔 믿고 맡기는 부분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라며 이재성 연구원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말하는 박형관 책임연구원. 그 말끝에 “처음엔 어렵기만 했지만 항상 일에 대한 사랑과 보람을 느낄 수 있게 이끌어주신 선배님 덕분에 지난 2년 간 잘 적응하며,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애사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라며 겸손하게 답하는 이재성 연구원.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두 사람의 모습은 선후배, 동료의 개념을 넘어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듯하다.
아직까지 전자파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되지 않아 아쉽다는 두 사람. 이번 출연을 계기로 웹진을 구독하고 있는 많은 독자들의 전자파 분야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기를 희망한단다. 나아가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이 분야 업무를 지원한다면 결코 실망하거나 후회할 일은 없을 거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온다.
“항상 긍정적인 사고로 이끌어 주시는 선배님께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가끔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을 때, ‘차라리 잘됐다, 이번기회에 한 번 해보자’며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해주세요. 그 모습을 본받아 저 역시 어떤 일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대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도 나중에 선배님의 입장이 된다면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일을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일러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이야기 나누고 보니, 처음 두 사람을 보자마자 ‘정말 닮았다’는 생각이 든 이유를 알겠다. 이재성 연구원의 어깨를 다독이고 손을 잡아주던 박형관 책임연구원. 그런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이재성 연구원. 이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시너지 효과 때문이었다. 디지털산업본부 EMC평가센터에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후배를 이끌고, 일에 대한 보람을 선물하고자 노력하는 선배가 있다. 선배의 말을 하나하나 새기며 자신의 발전이 곧 회사의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는 후배가 있다.
KTL 안에서 ‘전자파 분야’라는 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 두 사람이 언제까지나서 마주보고 웃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동시에 KTL 밖에서 우리나라 전자파 분야 산업을 선도하기를 말이다.
Mini Interview
지금까지 배우고 경험한 다양한 것들을 후배에게 전해줌으로써 저보다는 시행착오를 덜하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부족하지만, 선배로서 지금까지 배우고 경험한 다양한 것들을 후배에게 전해줌으로써 저보다는 시행착오를 덜하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우리 업무 특성이 이것저것 복잡하다보니 어렵고 힘이 들 수도 있겠지만 고생한 만큼 배우는 것이 많다는 긍정의 마인드로 잘 따라와 줬으면 하구요, 나이 차가 있어 어렵고 부담스럽겠지만 그냥 편한 형처럼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후배의 모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KTL TRUST」의 독자가 기관 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상당히 많은 외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갑자기 인터뷰에 긴장이 되더라구요!
특히, 구독자 중 학생 포함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도 계신다는 말씀에 우리 EMC 업무를 좀더 자세히 소개함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어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시간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름 EMC 업무에 매력이 느껴지시는 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해 보시길 강력히 추천드리며 말씀을 마칩니다. 늘 평안하세요~
앞으로도 계속 배우려는 자세로 선배님께 많이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KTL TRUST」 이번 호 ‘즐거운 직장’의 멘티 이재성입니다. 인생 첫 인터뷰를 「KTL TRUST」에서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첫 촬영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작가님들께서 잘해주셔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저에 대한 선배님의 생각, 그리고 우리가 하는 EMC 업무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 같아 정말 즐거웠습니다. 선배님과 2년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 함께 일하면서 여러 가지 업무를 경험하였는데, 일을 하며 궁금한 것들에 대해선 항상 잘 가르쳐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배우려는 자세로 선배님께 많이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경험, 즐거운 시간 만들어 주신 「KTL TRUST」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