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 앞으로 첨단과학기술이 사회에 가져올 수많은 변화들은 그 기반이 잘 다져질 때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측정표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신뢰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상열 원장을 만나 국가와 국민에 기여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측정표준의 역할, 그리고 KRISS와 KTL의 협력에 대한 기대를 들어봤다.
박상열 원장님 안녕하십니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먼저 저희 「KTL TRUST」 독자 분들에게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상열 원장입니다.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계절에 「KTL TRUST」를 통해 인사드리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KRISS와 KTL은 공유하는 업무영역이 매우 넓고 서로 관련이 깊습니다. 이미 구성원들 개인적 차원에서 다양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앞으로는 기관 대 기관 차원의 협력을 보다 강화해 국가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아나가길 기대합니다.
KRISS는 올해 10월, 창립 42주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긴 시간동안 우리나라 측정표준 기관으로 국가 측정표준 확립, 측정과학기술 연구개발 및 보급을 통해 국가 경제와 과학기술 발전 및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KRISS가 걸어온 길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KRISS는 길이‧시간‧질량 등의 국가측정표준을 확립하고 새로운 측정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기관으로, 현재 정규직 467명과 박사후연구원을 포함해 전체 771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1년 예산은 약 1,500억 원에 이릅니다. 이렇게 성장하기 이전에 1975년 한국표준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고 1979년 최초로 교정서비스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91년 현재의 이름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으로 개칭하면서 양적‧질적으로도 확대 발전하였고 1999년에는 국가표준기본법에 의해 국가 측정표준 대표기관으로 공식 지정됐습니다. 현재는 세계 5~6위권의 측정 표준 능력을 보유한 기관으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KRISS 원장으로 취임하신지 9개월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취임이후 원장님의 시간을 돌아보면 어떠하신지요? 그간 가장 보람이 있으셨던 일은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는데요. 가장 보람 있는 일을 꼽으라면 2개의 전문연구소 출범을 꼽고 싶습니다. 최근 출범한 전문연구소는 양자기술연구소와 첨단측정장비연구소입니다. KRISS는 여러 정부기관 및 연구소와 협업하면서 산업과 삶의 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측정표준 대표기관으로서 역할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KRISS가 단순히 참여 차원이 아니라 보다 주도적으로 R&D를 리드해 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KRISS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2개의 전문연구소를 출범하게 되어 보람과 함께 기대도 큽니다.
KRISS와 KTL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산업현장의 애로기술에 대한 기술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KRISS도 이러한 사업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소개해주셨으면 합니다.
KRISS는 굉장히 다양한 방법을 통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들 수 있는 것이 ‘KRISS 기술 홈닥터’ 제도입니다. 장비와 전문 인력 부족으로 기술적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KRISS 연구원이 직접 방문해 2~3년 동안 일대일로 기술적인 자문과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더불어 질량, 힘, 압력, 온습도 등 25여 개 분야, 6,00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측정클럽’ 활동을 통해 산업체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2004년 탄생한 측정클럽은 측정전문가, 장비 제작자 및 사용자 등 측정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로, 1년에 최소 1회 종합워크숍을 개최해 산업현장의 애로사항에 대해 전문적인 진단을 제공하며, 각 측정분야의 기술동향 파악 및 정보교류의 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창업공작소’를 개설해 스타트업 기업이 갖고 있는 기술적 애로사항 해결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사업이 대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추진하고 있는 ‘히든챔피언’ 육성사업입니다. 히든챔피언 육성사업은 향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강소기업이 될 만 한 중소기업들을 발굴, KRISS의 연구비와 기업 매칭펀드를 투입해 KRISS 연구책임자가 필요 기술을 참여기업과 공동 개발하여 전수하는 사업입니다. 사업 시행 초창기에는 다소 어려움도 있었지만 3~4년 지나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중 일부 기업들은 기술개발의 결과로 매출이 상당히 신장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KRISS는 앞으로 보다 밀접한 협력을 통해 중소기업과 상생의 길을 모색해 나갈 것입니다.
KTL은 시험인증기관으로서 KRISS와 표준과 측정 부분에서 신뢰도와 정확성을 높이면서 국가 산업 발전의 기반을 닦는 등 지향하는 방향이 같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KTL 산업표준본부에서 사용하는 장비들이 KRISS의 국가표준을 소급받아 이를 기준으로 교정되고 있는데요.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KTL과 KRISS가 함께할 수 있는 신산업은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글로벌기업들에게는 기회이지만 중소중견기업에게는 오히려 혼란의 시기로 평가됩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시장을 잃을 수 있는 위기요소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중소중견기업 지원방안에 대해 KTL처럼 역량을 가진 기관에서 당연히 관심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KRISS가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원격교정입니다. 2020년까지 수조 개의 IoT 센서들이 세계 곳곳에 설치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센서들이 얼마나 정확한 측정값을 낼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아직 확실한 방법은 찾지 못했습니다만, 기존 IoT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자동으로 교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를 포함해 여러 가지 해결방안에 대해 KRISS와 KTL이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고 고민해 나갔으면 합니다. KTL은 그동안 축적된 교정시험 데이터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KRISS도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 관점에서도 KRISS와 KTL이 서로 만나서 협력의 방법을 모색해나갔으면 합니다.
‘초일류 측정과학연구기관’, ‘우수 연구자가 모이는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참여와 노력이 필수적일 텐데요. 이 부분에 있어 원장님께서 특별히 신경 쓰고 있으신 부분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경영진 입장에서 당면한 가장 위기적인 문제는 KRISS를 포함한 출연연의 가치가 점점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극복방법은 관련 국가와 국민이 깜짝 놀랄만한 연구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 연구원들이 더욱 몰입해서 좋은 성과를 이뤄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내년까지 각 연구본부에 행정지원팀을 파견할 계획입니다. 현재는 개별 연구원이 연구와 관련 행정업무를 함께 수행하고 있다는데, 이를 분리함으로써 능률과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두 번째는 첨단 툴을 도입해 연구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과학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각종 첨단 툴이 속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KRISS 연구원들의 그런 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연구개발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자체적인 준비를 해나갈 뿐만 아니라 타 기관들과 협력해나갈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KRISS가 KTL에 바라는 점, 그리고 원장님 개인적으로 KTL에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KTL과 KRISS는 연구영역에 있어 상당히 연관성이 많고 따라서 함께 협력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고 깊이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저도 KTL에 대해 더 공부해서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국가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나갈 생각입니다. KRISS와 KTL이 기관차원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국가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KTL의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
Mini Interview
“진정한 가치란 신뢰와 정확성에 바탕을 두고 있을 때 장기적인 영향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로 측정표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박상열 원장. 그는 다각적으로 위기에 직면한 국가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함을 피력한다. 그리고 그 전제조건으로 ‘협력’을 강조한다. 박상열 원장은 내부적인 결속과 더불어 유관 기관과의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협력을 통해 KRISS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을 보다 넓혀 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