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기술인증원은 국내에 유일한 물 분야 종합 인증 기관이다. 물산업에 관련된 제품과 기술에 대한 표준 제정, 인증과 검증, 교육 등을 수행한다. 인증원은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인·검증의 기반을 만드는 연구개발실을 주축으로, ‘초순수 국산화 장치 및 실증플랜트 공정 성능 검증’ 사업에 참여했다. 그렇게 KTL과 협력을 통해 대한민국에 ‘초순수’라는 새로운 시장의 기반을 다지고 있는 한국물기술인증원. 이들은 초순수 기술을 만들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KTL과는 어떻게 협력하고 있을까. 한국물기술인증원의 연구개발실 안성환 부장을 만나 그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았다.
한국물기술인증원은 배관·펌프 밸브 등 수도용 자재가 수질에 영향을 주는지 등을 따져 그 성능을 검사하는 ‘인증 업무’를 진행 중입니다. 연구 개발팀은 인증을 위한 물산업 관련 기술 표준, 인·검증을 위한 평가 방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산 제품을 수출할 때 상대 국가의 인증이 필요한데요. 이를 편리하게 취득할 수 있도록 테스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국제 협력 업무도 진행합니다.
물산업은 생활과 산업에 사용되는 물을 생산하고 처리하는 데 관여하는 산업 전체를 의미합니다. 물이 순환하는 과정을 떠올리시면 되는데요. 비가 내리고 물이 모이면, 이를 정수한 뒤 가정·공장 등에 물을 공급하죠. 이후 오염된 물을 정수해 다시 생태계로 돌려보냅니다. 이 과정에 얽힌 모든 산업, 즉 수자원 관리, 정수 처리, 하수 및 폐수 처리 산업 전부를 일컫습니다.
제품으로 예시를 들자면 물을 이동시키는 펌프, 물을 잠그는 밸브, 물을 정수하는 필터, 소독기술 등이 모두 물산업에 해당되고요. 해당 산업 활동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기술들을 물기술 또는 물관리 기술이라고 합니다. 가정용 정수기에 있는 여과 필터, 물 소독에 사용되는 자외선 장치들도 포함됩니다. 마찬가지로 초순수 산업 또한 물산업에 속합니다.
초순수 기술 개발 사업은 크게 4개 연구 과제로 나뉩니다. 이 모든 연구 과제로부터 제품과 기술이 개발됩니다. 우리 인증원은 KTL과 함께 그것들을 평가하는 데 기준이 될 표준을 정립합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우리 인증원은 기술·제품의 성능평가 방법을 개발하고 제도화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KTL이 초순수 기술을 평가하는 방법이 담긴 ‘성능평가 절차서’의 초안을 만들면 우리 인증원이 문서 양식과 내용을 표준화시키는 겁니다. 이는 KTL이 만든 평가 방법에 국제적인 범용성을 부여하는 절차입니다.
평가 절차서를 표준화 할 때 크게 두 작업을 진행합니다. 첫 번째는 성능평가 절차서를 국제 표준 양식에 맞춰 다듬는 것이고, 두 번째는 세부 내용에 대해 전문가들의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동의를 받는 이유는 성능평가 절차서를 고도화시키기 위해서인데요. 기술협의체 내 사업 관계자들, 그 외 전문가 등에게 ‘우리가 마련한 초순수 기술 평가 방법이 맞는지’ 확인을 요청합니다. 기술협의체는 초순수 기술 개발 사업에 참여한 기관과 산학연 전문가들로 구성된 모임입니다. 전문가 간 소통을 도모해 원활한 초순수 기술 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우리 인증원이 기술협의체 운영에 힘쓰고 있죠.
표준이란 ‘활동의 기준’을 뜻합니다. 집에 가훈이 있고 회사에 사내 방침이 있듯 산업에도 기준이 있습니다. 그 기준을 전 세계가 공유하고 따르죠. C 타입 케이블을 예로 들겠습니다. C 타입 케이블은 전 세계의 동의 아래 규격화(표준화)된 케이블입니다. 표준이 정해졌기 때문에, 전 세계 케이블 제조 업체가 가지각색 호환 불가능한 케이블이 아닌 C 타입 케이블을 제조합니다. 덕분에 C 타입 케이블을 이용해 기기를 충전할 때, 제조사가 어디든지 상관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죠.
표준은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면 제조 방법이 매뉴얼화, 즉 표준화되어 있죠. 그에 맞춰 음료를 제조하면, 항상 맛있는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제품의 좋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표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초순수 기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초순수 기술을 세계에 퍼뜨리고, 그 기술의 성능을 유지하려면 표준이 필요합니다. 초순수 수질 기준은 이미 국제적 권위를 가진 국제반도체협회(SEMI)와 국제표준기구(ISO)에 의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수질’에 관한 기준일 뿐이죠. 국내에서는 초순수를 생산하는 국산 장비가 제대로 됐는지를 평가하는 표준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 원과 KTL이 국내 초순수 기술과 관련된 표준을 만들고 있는 겁니다.
현재 성능평가 절차서의 초안이 나온 상태입니다. 따라서 앞서 말씀드린 전문가 확인 과정을 거치려 합니다. 사실 표준을 정립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국내에서 우리끼리 표준을 만들고 어느 날 대뜸 국제기관에 표준을 제시한다고 바로 받아들여지지 않죠. 일단 용어만 따져도, 전 세계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니 각자가 사용하는 언어를 국제적 언어로 바꾸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표준과 관련된 단체에 그들과 네트워크를 쌓으면서, 초순수 표준과 관련된 국내 상황들을 순차적으로 공유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초순수 표준과 관련된 네트워크가 없던 상태라, 우리 원은 이 네트워크를 차근차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상대 기관에서 표준 관련 검토를 요청하면 참여하는 등의 활동을 하면서요.
물산업과 관련된 제품과 기술은 분야로 따지면 매우 다양합니다. 그리고 이런 제품과 기술을 평가·인증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요구되죠. 저 또한 초순수 산업의 일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 모르는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제가 전공하지 않은 분야인 ‘전기’를 바탕으로 한 초순수 평가 방법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어려워요.
물론 제가 평가 방법을 직접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인증 업무를 맡은 사람으로서, 과제를 충실히 수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초순수와 관련된 다양한 지식을 적극적으로 배우려 노력 중입니다. 모든 초순수 생산 기술들을 100 %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평가에 사용되는 특정 지표가 중요한 이유나 그 의미 등을 알 수 있겠죠.
우리 팀원들에게도 이런 태도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팀원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석박사로서 각자 전문성을 갖고 있지만, 모든 분야를 깊이 있게 알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인증을 해야 하기에, 그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기술 분야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 인증원은 앞서 말씀드린 기술 협의체를 잘 운영하여 구성원 간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고자 합니다. 이 협의체를 통해 평가 방법을 충분히 다듬으려 하고요. 이렇게 성능평가 절차서를 만들어 내년에 국제기구에 제안할 계획입니다.
사실 인증이라는 것이 꼭 규제를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기술의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고, 이를 기반으로 기술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하죠. 마찬가지로 새롭게 마련될 인증 과정에서 우리 초순수 기술의 부족한 부분이 드러나면, 이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도 고민하려 합니다. 궁극적으로 전반적인 초순수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서죠. 이와 관련해 KTL과 후속 연구를 진행하는 등 연계산업도 구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당 사업공고가 나왔을 때부터, KTL과 함께 과제 수행을 준비했습니다. 협동기관으로서 KTL을 도와 이번 과제를 준비한 것처럼, 앞으로도 국내 물기업이 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KTL과 협력할 예정입니다.
문의
한국물기술인증원 연구개발실 안성환 부장, ash@kiwatec.or.kr, 053-601-6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