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해지는 이상 기후에 개인과 단체 모두 탄소를 줄이려 노력하는 요즈음. 이에 맞춰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 어떤 쓰레기도 버리지 않는다.’는 제로 웨이스트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움직임이 부쩍 늘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걸치는 옷, 이를 생산하는 패션업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패션업계의 ‘제로 웨이스트’를 향한 움직임은 반가운 변화다. 그동안 패션업계는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했다. 옷을 과도하게 생산하고, 이를 위해 지나치게 화학물질을 사용한 결과다. 패션업계의 탄소 배출량은 운송업계의 배출량보다 더 높다. 패션업계의 생산과 소비 행태가 바뀌지 않는다면 탄소 배출량은 2050년 약 25 %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 생활에서 옷과 관련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선택지가 있을까? 아마 많은 사람이 '합성 섬유 사용이 적은 의류 구매하기'를 꼽을 것이다. 합성 섬유를 소각하면 유독물질이 나와 이산화탄소가 다량으로 발생하고, 땅에 묻으면 오랜 기간 부식하지 않아 땅을 오염시킨다. 따라서 합성 섬유를 적게 사용하는 옷을 구매하는 것은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환경을 위해 합성섬유 대신 목화 비율이 높은 옷을 구매하려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정답이 아니다. 목화는 의류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소재인데, 이를 재배하기 위해 전 세계 농약 10 %, 살충제 25 %가 사용된다. 목화 재배에 물이 많이 사용되어, 목화 재배지 근처에는 물이 말라간다. 또한 면을 섬유로 만들 때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생산자, 소비자 모두의 건강을 저해시키는 악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옷을 사지 않는 것이다. 세계 인구는 77억 명인데, 한 해에 800억 벌 이상의 옷이 생산된다. 이 중 약 50 %가 폐기되고, 폐기된 옷 중 30 %는 착용하지도 않은 옷이다. 과도하게 옷을 생산하고, 넘치게 소비하는 흐름이 지구를 멍들게 한다. 때문에 지구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구매를 멈추는 것이다.
물론 이 방법은 당장 실현하기 어렵다. 입지 않을 수도, 구매를 완전히 멈출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은 입던 옷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것이다. 혹은 쉽게 재활용할 수 있는 옷이나, 재활용된 소재로 만들어진 옷을 구매하면 된다.
익숙하지 않겠지만 다가오는 기후 위기를 막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면,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제시하는 서비스들을 이용해 보며 지구를 위한 행동에 도전해 보는 것이 어떨까. 그렇게 발을 들여놓은 ‘제로 웨이스트 패션’의 세계는 지구뿐만 아니라 ‘나’와 ‘우리’에게도 더 좋은 선택지가 될지도 모른다.
민트컬렉션은 ‘순환 패션 플랫폼’이다. 민트컬렉션이 등장하기 전 기존 중고 시장에는 여러 문제가 있었다. 입고되는 옷 대부분이 기부 기관을 전전하다가 결국 제3국으로 가는 시스템이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인력 손실이 발생하고 탄소가 배출되었다.
민트컬렉션은 이를 ‘옷의 전 주기를 추적할 수 있는 디지털 케어 라벨’ 기술로 극복한다. 민트컬렉션은 QR 코드를 부착해 옷을 생산한다. 고객이 옷을 구매한 뒤 스마트 기기로 코드를 읽는 순간 민트컬렉션 어플리케이션으로 입고 처리되는 시스템이다. 이후 고객이 옷을 처분하고 싶을 때 회수 요청을 하면, 민트컬렉션은 이 옷을 수거해 재판매하거나 새로운 옷으로 만든다.
민트컬렉션의 기술을 이용하면, 옷과 관련된 많은 주체가 이득을 볼 수 있다. 옷을 재판매하며 발생하는 수익은 기존 브랜드와 구매자에게 일부 정산된다. 민트컬렉션에서 추적하는 옷의 수명 사이클을 따라가다 보면, 판매 회차마다 저감되는 탄소량도 알 수 있다. 이를 이용해 탄소 저감을 위한 ESG 경영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정량적인 탄소 저감 지표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민트컬렉션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처음부터 물건이 누군가를 떠나는 그 순간을 고려하는 것이 지구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특별한 날을 위해 구매한 옷 여러 벌이 옷장에 잠들어 있지 않는가? ‘얼마 입지도 못할 옷, 그냥 빌리면 좋겠다.’고 떠올렸다면, 그 상상을 직접 체험해보자.
클로젯셰어는 의류를 보관해 주는 서비스와 함께, 이용자 간 의류·가방·액세서리 등을 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공유 플랫폼이다. 필요 없는 옷이나 가방 등이 있는 사람들은 간단한 회원가입 후 물건을 등록해 수익을 낼 수 있고, 옷이나 액세서리 등을 빌리고 싶은 사람들은 월정액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환경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제고되며, 많은 기업과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이 서비스. 한두 번 사용하자고 물건을 구매하기 보다, 한 번쯤은 클로젯셰어를 이용해 구매하고 싶었던 제품을 대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동안 패션은 많이 만들고 많이 파는 형식으로 그 시장을 확장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글로벌 패션 기업들이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시장에서 통용되던 그 공식을 유지할 수 없는 법. 한 명도 빠짐없이 마주할 기후 변화 앞에 글로벌 패션 기업도 예외는 아니기에, 그들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기업인 H&M은 세계 최초 인스토어 리사이클링 시스템 ‘LOOOP’를 운영 중이다. 옷을 판매하는 곳과 재활용하는 곳이 별개로 존재하던 기존의 시장과는 달리, H&M은 내부에 옷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이 있다.
LOOOP에 오래된 옷부터 양말까지 섬유로 이루어진 모든 제품을 넣으면 총 여덟 단계를 거쳐 섬유를 뽑아내고 새로운 옷을 만들어낸다. 뽑아낸 섬유 조직을 좀 더 튼튼하게 만들 약간의 소재만 필요할 뿐, 추가적인 물이나 염료는 필요 없다.
H&M은 LOOOP를 통해 “모든 옷은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재활용할 수 없는 옷은 없고, 버려져야 할 옷도 없다.”라고 말한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적용된 시스템은 아니지만, 머지않은 날에 이런 시스템들이 각국의 H&M 매장에 갖춰지지 않을까.
H&M과 비슷하게, ARKET(아르켓)에도 소비자가 입지 않는 옷이나 사용하지 않는 천을 가까운 아르켓 매장으로 가져오면 상태에 따라 분류해 새로운 쓰임을 찾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H&M과 달리 매장에 특별한 기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내에 있는 모든 아르켓 매장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한 번 즈음은 시도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객에게는 오프라인 및 사내 카페에서 사용 가능한 10 % 할인 쿠폰도 증정하니, 아르켓에 들를 일이 있다면 헌 옷을 챙겨가 보는 것도 좋겠다.
파타고니아는 “우리는 지구가 목적이고, 사업은 수단이다.”라고 말하며 환경을 지키는 기업을 표방한다.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되 환경에 불필요한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 것을 목적으로 다양한 캠페인을 시도한다. 그들은 버려진 페트병을 활용해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난 원단을 만들고, 농약사용을 줄이기 위해 유기농 목화만을 사용해 티셔츠를 생산한다.
이런 파타고니아가 강조하는 가치는 “우리의 옷을 사는 것이 아닌, 가지고 있는 옷을 다시 입는 것”이다. 이에 파타고니아는 자사 브랜드를 포함해 다른 브랜드의 옷까지 무상 수선하는 ‘원 웨어(worn wear)’ 서비스를 40년째 운영하고 있다. 부자재, 사이즈 줄이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타고니아 덕에 옷이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쓰레기 한 톨 남기지 않고 피해 한 점 주지 않는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 패션이란 어쩌면 영원히 실현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로 웨이스트는 일종의 지향점이다. 100 %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그 여정에 의미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완벽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한두 명보다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사소한 도전을 시도하는 다수가 세상을 바꾼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소개된 이야기로 인해, 독자들이 옷과 관련된 선택을 할 때 ‘제로 웨이스트 패션’이라는 선택지가 머릿속에 반짝 떠오른다면 좋겠다. 그 선택으로 세상이 조금은 변화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