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사람 에너지의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
에너지전환포럼 RE100 탄소중립 에너지전환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과 같은 시대의 요구에 학자로서의 연구, 활동가로서의 행동, 시민으로서의 역할에 누구보다 앞장서온 사람.
지난해 여름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목소리로 기후변화와 위기 문제를 알렸던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원장이자 환경관리학 전공 윤순진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교수님 반갑습니다. TV에서 뵙던 분이라 그런지 오늘 처음 만나는 건데도 친숙한 느낌이 들어요.

안녕하세요? KTL TRUST 독자 여러분. 우선 뜻 깊은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TV의 영향력, 특히 유퀴즈가 대단하다고 느끼는 게 방송은 15분 남짓? 나갔는데 너무 많이 알아봐주시더라고요. 덕분에 이렇게 KTL과 인터뷰도 하게 되고요. ㅎㅎ

교수님의 이력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는 게 정말 활동을 많이 하고 계시더라고요.

윤순진 교수
환경단체 활동이나 정부위원회 활동을 좀 많이 했었거든요. 가장 최근까지 했던 것이 민간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한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인데 그것을 제외하면 현재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대외활동은 ‘에너지전환포럼’이 유일해요. 창립 초기부터 이사로 활동해오다 올해 3월부터 공동대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물론 가장 중점이 되는 활동은 학교에 있어요. 지난해 2월 환경대학원장을 역임하게 되어서 대학원 운영과 학생들 지도에 보다 많은 에너지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처음 환경 분야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셨는지 궁금해요.

제 고향이 경주에요. 거긴 월성원전이 있죠.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원자력에 대한 공포감을 갖고 있다가 대학교 2학년 때 체르노빌 원전 사고 뉴스를 접하면서 공포심의 실체 같은 것을 갖게 되었던 것 같아요. 또 중・고등학교 시절 집 주변으로 흐르는 하천에 공장에서 불법 방류한 오염수가 흘러나오면서 악취로 고생한 경험도 있어요. 환경이니 법이니 모르더라도 잘못된 일이라는 건 알겠더라고요. 그렇게 무의식 속에 환경오염, 환경에너지 같은 것들을 담고 있다가 우연하게 전공을 하게 되고, 지금에 이르렀네요.

사실, 교수님의 학창시절에는 국내에서 지금처럼 환경을 공부할 수 있는 저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때였을 텐데 어떻게 전공을 하게 되셨나요?

맞아요. 제가 85학번인데, 그 당시 환경과 관련한 전공분야가 거의 없었죠. 특히 제가 전공한 사회학에서 환경을 다루는 커리큘럼 자체가 없었어요. 물론 지금도 행정대학원에 일부 전공이 전공으로 있긴 하지만 환경정책, 환경행정학과라는 이름의 전공은 찾아보기 힘들고요. 저는 미국에 유학을 가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된 것이죠. 95년부터 델라웨어대학교 대학원 도시문제와 공공정책학 석사과정을 밟고 동 대학원에서 2001년 환경에너지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도시행정정책대학원이었지만 환경에너지정책센터라고 센터 단위로 도시환경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박사과정까지 이어질 수 있었어요.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셨을 때 분위기는 어땠나요?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2001년 한국에 돌아왔을 때 어느 곳에서도 기후변화를 말하고 있는 곳이 없더라고요. 대중강연에 힘을 쏟았어요. 일반 대중은 물론이고 환경단체들 조차도 제대로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찾아가서 전달하려는 노력을 했어요. 첫 임용된 곳이 서울시립대였는데 그곳에서 기후변화정책이라는 수업을 처음 만들었어요. 2005년 서울대로 옮겨온 뒤에도 동일 전공과목을 개설했고, 2022년부터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개정한 뒤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또한 국내에 에너지 전환 이슈를 대중화시킨 장본인이라고 알고 있어요.

지난해 엄청난 폭염을 경험하면서 이제 사람들도 기후변화와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는 무엇일까 찾아봤더니 에너지 문제가 있더라고요. 우리는 모두 에너지를 소비해요. 전기나 석유와 같은 것도 에너지고,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먹는 식자재들도 큰 의미에서 에너지들이죠. 미세먼지를 시작으로 기후변화를 겪으면서 우리는 화력발전과 경유자동차의 문제를 인식했어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원자력 에너지의 위험성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요. 에너지를 만들고 유통하고 소비하고 관리하는 모든 단계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는 무엇일까, 에너지 전환은 그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에너지전환포럼’이 바로 그 논의를 하는 단체인 것이죠?

2003년 환경운동연합 산하의 에너지대안센터에 참여했는데, 2018년 해산되고 그해 2월 ‘에너지전환포럼’ 창립에 참여하면서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포럼의 가장 특징이자 장점은 학계, 정계뿐만 아니라 산업계가 모두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환은 사회 전체의 동의와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해요. 정부가 정책을 입안할 때 당연히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성공적인 이행이 되려면 기업의 동조와 기술력이 있어야 하니까요. 올해 7년차에 접어들었는데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교수님의 제안을 통해 에너지 전환 분야에 바뀐 부분도 있나요?

개인이 제안했다기보다 제가 참여하고 있는 단체나 정부위원회 등에서 정책을 제안한 것들은 많습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가시적 성과를 얻어낼 순 없었지만 조금씩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일례로 예전에는 공장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올릴 수 없었어요. 토지이용관리법에 한 부지는 두 가지 용도로 쓸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공장은 이미 어떤 것을 생산하는 용도로 지어진 것이잖아요. 그런데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에너지도 추가로 생산하게 되는 것으로 본 거에요. 또 전기안전관리법상 전기생산 시설에는 아무리 작은 범위더라도 전기안전관리자를 1명 이상 두도록 되어 있는데,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들이 에너지 전환을 저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장에서도 태양광 패널을 얼마든지 설치할 수 있고, 안전관리자 배치 의무조항도 뺐어요.

에너지 전환의 관점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도 있을까요?

아주 많습니다. 기업은 이제 강제로 해라 마라 할 필요가 없어요.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으로 전환하지 않고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으로 수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수출중심 산업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데, ESG 경영을 하지 않고는 해외 투자를 받을 수도 없기 때문에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에너지 전환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개인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예전에는 삶을 구성하는 요소를 의, 식, 주로 구분했는데 저는 여기에 이동수단도 포함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놓고 봤을 때 실천할 수 있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쓰더라도 분리배출을 잘 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죠. 그 다음에는 RE100을 실천하지 않고, ESG 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거나 과도한 구매를 제한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고요. 자전거와 같은 친환경 이동수단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도 있죠. 음식을 섭취하는데 있어서도 육식을 제한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갖춤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도 있습니다. 간혹 개인이 무슨 힘이 있느냐고 물어보시는데, 기업이 만든 제품, 서비스를 소비하는 건 결국 개인이에요. 그 개인이 소비성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기업도 변화하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KTL 역시 RE100 국제인증이나 한국형 인증을 지원하고 있고, 기업의 ESG 경영에 필요한 컨설팅도 하고 있는데요, 교수님께서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Green Washing’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하지 않는 것보다야 하는 것이 당연히 좋지만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더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이건 사실은 우리의 생존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을 해요.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은 나라가 국제시장의 규칙을 따라가지 못하면 미래가 있을까요? 다만 무엇이든 강제적이기보다 필요성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회 분위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생에너지 설비라고 해도 그게 내가 사는 지역에 들어온다고 하면 내 삶의 터전에 이물질이 끼어드는 것 같거든요. 그걸 반길 사람은 없을 겁니다. 먼저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함께 만들어가는 절차가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4
Vol.44
May | J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