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기술 리포트 물이 가진 작은 열, 수열에너지
수열에너지 탄소중립사회 재생에너지
지난 3월 11일 ‘강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 착공식이 열렸다. 총 3600억 원을 투자해 2027년까지 춘천시 동면 일대에 조성되는 이 사업은 소양강댐의 차가운 심층수를 활용해 데이터센터의 냉방과 스마트팜 첨단농업단지의 난방을 지원하게 된다.

수열에너지(Hydro Thermal Energy)란?

수열에너지는 물의 특성을 실내 냉난방에 이용하는 것으로 기존 냉난방시스템대비 에너지사용량 절감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는 비고갈성 에너지이다. 즉 여름철 수온이 대기보다 낮고, 겨울철에는 높은 특성을 활용해 물을 열원으로 히트펌프를 통해 냉난방하는 시스템이다. 단순히 물을 순환시켜 냉·난방을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별도의 열원이 필요 없고 전기보다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특히 광역상수도 내 원수를 활용한 수열에너지는 사회기반시설 투자로 조성된 관로시설을 활용하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대규모 개발이 가능하고 열 수요가 많은 대도시 인근에서 열원인 물을 풍부하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환경부가 2019년 발표한 ‘수열산업 육성방안’에 따르면 국내 14개 하천, 44개 댐, 관로를 합친 수열에너지의 잠재량은 총 7,915MW로 500MW인 표준석탄 화력발전 16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열에너지는 보통 기존 냉난방기에 비해 30~50% 내외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으며 화석 연료를 이용하지 않으므로 이산화탄소를 약 37% 감축하고,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냉동기의 필수 부속설비인 냉각탑, 실외기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설비 시공비용 절감과 함께 소음·진동피해 제거, 열섬·백연현상 완화, 레지오넬라균 예방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국내외 수열에너지 현황

북미나 유럽 지역에서 수열에너지가 냉난방에 활발히 사용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수열에너지 활용이 더딘 상태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체 수열에너지 생산량은 2018년 기준 1만4725toe로서 전체 에너지 생산량 1783만8000toe의 0.1%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 2020년 그린뉴딜 중점 사업 가운데 하나로 오는 2040년 표준석탄발전소 2기를 대체할 수준(1000MW)의 에너지 생산 목표를 골자로 하는 ‘수열에너지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3월 첫 삽을 뜬 강원도 수열 클러스터의 경우 1만6500RT 규모를 계획하고 있다.
국내 수열에너지 활용 사례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이다. 한강물을 이용한 수열에너지로 전체 냉난방의 10%가량을 충당하고 있다. 이밖에도 2022년 3월 입주가 완료된 부산 에코델타시티 내 스마트빌리지 56세대에 평강천의 하천수를 이용해 수열에너지 냉난방(150RT)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외 활용 사례>

구분 활용 현장
국내 롯데월드타워(3,000RT*, 연간 약 7억 절감)
국외 일본(하코자키, 4,800RT), 프랑스(세느강 루브르박물관 등 42,000RT), 미국(카유가호, 코넬대학교, 20,000RT), 캐나다(온타리호, 75,000RT)

* RT(냉동톤) : 0℃물 1톤을 24시간 내 0℃얼음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열량(1RT : 33㎡ 내외 냉난방 공급 가능)

* 출처 : 환경부 > 친환경 수열에너지 활성화 방안 中(2020.06.30.)

프랑스는 건물 개별적 냉방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 아니라 센강 하천수를 주요 열원으로 삼아 지역 단위로 묶인 냉방 네트워크를 갖춰 냉기를 전달하는 ‘파리 지역 냉방 시스템(District Cooling System, 이하 DCS)’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파리 DCS는 센강의 1~5.5℃ 물을 끌어다 열교환을 통한 냉기로 지역 네트워크에 연결된 건축물에 냉방에너지를 전달하고, 건물을 식힌 뒤 온도가 오른 물을 다시 냉각시켜 강으로 돌려보낸다.
캐나다는 온타리오 호수물(호소수)을 끌어다 사용하는 심층호소수 냉방시스템(Deep Lake Water Cooling, DLWC)을 운영 중이다. 냉방 용량이 7만5000RT로 수열에너지로 세계 최대 규모이다. 농구경기장인 스코샤뱅크 아레나를 비롯해 토론토 시청사, 리츠칼튼 호텔, 토론토 종합병원 등 100여 개가 넘는 주요 건물들의 냉방을 온타리오 호수를 이용한 수열에너지로 하고 있다.

미래 동력, 강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

소양강댐의 냉수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수열에너지 클러스터는 K-클라우드파크와 물-에너지 집적단지, 스마트팜 첨단농업단지, 친환경 생태주거단지 등으로 구성된다. 이 사업으로 친환경 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한 민간투자 유발 등 경제적 효과와 클라우드 핵심기업 유치에 따른 고용 창출, 데이터센터 전·후방 연관산업 육성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클러스터 단지 내에는 K-클라우드파크로 클라우드데이터센터 7기가 집적단지를 이룰 예정이다. 클라우드데이터센터는 각 10만 대 이상의 서버를 갖춘 하이퍼스케일 시설로, 총 220메가와트(㎿) 용량의 초대형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춘천시는 의료AI스타트업 이노베이션 센터를 구축해 기업 성장 지원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수열에너지가 지원한다. 최근 AI 보급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중단 없이 서버를 가동해야 하고, 많은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냉방에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 여기에 연평균 7℃를 유지하는 소양강댐 심층수의 수열에너지를 활용하여 전력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소양강댐의 수력발전, 수상태양광을 함께 활용하여 탄소중립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 참고자료
- 소양강 심층수로 ‘수열에너지 클러스터’ 조성…데이터산업단지 육성(환경부 보도자료, 24.03.11)
2024
Vol.44
May | J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