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국가란 안전이 보장되는 국가다. 국가의 안전은 국방력에서 기인한다. 국방력은 외부의 물리적·심리적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독립과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능력이다. 이는 전장·전시 상황에서 국가를 지키는 군수품의 품질과 연결된다.
국방기술품질원은 군수품과 매우 밀접한 기관이다. 대한민국 국군에게 공급되는 군수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곳으로, 군수품 품질보증 및 방산물자 품질경영 등에 대한 업무지원, 방위사업 수행 과정에서 요구되는 군수품 표준화 등에 대한 업무를 지원한다.
최근 각종 ICT 기술의 등장으로 군수품 또한 빠르게 발전되는 가운데 군수품의 성능과 안전을 확인하는 국방기술품질원의 역할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방기술품질원은 군수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나아가 안전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무엇을 했고 앞으로는 무엇을 할 것인가.
국방기술품질원 허건영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KTL TRUST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방기술품질원(이하 기품원) 원장 허건영입니다. 우리 원은 1981년 국방품질검사소로 창설되어 40년 넘게 군의 장비와 물자의 품질을 연구·관리하고 있습니다. 전투에서 장병들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승리할 수 있도록 군수품, 특히 무기체계의 품질을 완벽하게 보장하고자 700여 명의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전순기는 무기체계가 결정되는 순간부터 사용 후 도태될 때까지를 뜻합니다. 우리 원은 무기 개발 단계에서 어떻게 하면 품질을 향상할 수 있을지 또, 어떻게 하면 우리 장병들이 문제없이 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지 고려하며 품질관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품이 완성된 뒤에는 소재나 부품들이 제대로 제작되었는지,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지 검사합니다. 운영유지 단계에서는, 무기 불량의 원인을 조사·분석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 측에서 성능 개선이나 무기 개량을 요청하면, 그들이 만족할 만한 무기를 만들기 위해 연구를 진행합니다.
전순기 품질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이유는 무기체계 연구부터 무기를 양산, 운용하기까지의 각 단계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함입니다. 사실 지금은 자동화 등 제조 기술이 발전된 상태라, 무기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과거에 비해 줄었습니다. 오히려 제품 제작 전 개발 단계, 제작 후 운용 단계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상태죠. 이를 방지하고자 생산 단계에 집중되어 있던 원의 역할을 개발 단계와 운영유지 단계로 확장했습니다. 우리 원의 활동으로 무기의 성능은 향상되고, 생산 일정은 단축되고, 비용은 절감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 원은 전순기 관리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현재는 개발 단계에서 무기 품질 연구를 통해 문제를 예방하고, 운영유지 단계에서 품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단계입니다. 이를 위해 품질관리 기술에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적용하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또한 소요군*·업체와 협력하여 체계적으로 품질을 관리·개선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는 미래 첨단 무기체계로 품질 연구 대상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우주·사이버·전자전·인공지능이 적용되는 무인무기체계 등에 대한 품질관리를 준비하는 것이죠. 더불어 시험평가, 인증, 표준, 신뢰성 및 안전, 방산기술보호 등 품질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로 업무영역을 확장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조직 및 인력 구조를 조정할 계획입니다.
* 소요군: 부대가 일정한 시기에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제기하는 부대나 기관
여러 국가가 우주를 안보 영역으로 인식하고 군사적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 역시 감시정찰, 통신, 항법, 기상 등 우주 영역의 안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업체들도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축적하고 있죠.
그런데 우주에서는 지상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무기 개발 단계부터 제품의 성능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합니다. 또한, 무기의 경제성을 확보하고 제품을 빠르게 조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개발 단계에서 무기의 표준을 제정하고, 인증시스템을 구축하는 품질관리 활동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과거에는 위성을 한 대씩 조립하여 발사했는데, 현재는 소형 위성을 군집으로 운용하고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있죠. 위성에도 양산 개념이 적용되는 셈입니다. 우리 원은 지난해 첨단미래기술센터를 신설했습니다. 그중 우주위성팀을 통해 위성과 관련된 무기 품질에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충분한 인력은 아니지만, 2026년 우주인증센터 설립을 목표로 인력을 보강하고 능력을 향상해 나갈 계획입니다.
사실 방산 수출은 방산 업체들이 도맡고 있습니다. 정부가 직접 수출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그러나 무기 수출에는 경제적인 이익뿐만이 아니라 외교 안보 측면에서 국가 간 협력관계를 형성하거나 강화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파트너십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상호 간 신뢰가 중요한데, 우리가 수출한 무기에 품질 문제가 발생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우리 무기를 수입한 국가에서 품질로 인한 인명 손실이 발생한다면, 수출 업체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국가 이미지 실추는 물론 신뢰와 외교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겠죠. 따라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출 이후까지도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해 주어야 합니다.
이에 방산 수출과 관련된 기품원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수출품의 품질을 완벽하게 관리하는 것이고, 둘째는 국제품질보증협정을 통한 정부 간 품질보증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수입국 입장에서는, 제품이 전투군의 생명과 직결되므로 해당 무기의 성능과 품질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수출국이 무기 성능과 품질을 보증해 주길 원하죠.
이를 위한 국제품질보증 협정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A국이 B국으로부터 무기를 수입할 때는 B국의 정부가 무기의 품질을 보증해 주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무기를 수입하기 위해 타국과 국제품질보증 협정을 맺었는데요. 이번에는 무기를 수출하고자 폴란드와 국제품질보증 협정을 맺었습니다. 이로써 폴란드가 우리 무기를 안심하고 수입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동시에 폴란드 측에서 우리 품질관리시스템에 대해 대단히 높게 평가하며, 자국에도 동일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는데요. 이렇듯, 저는 우리 원이 상대국이 우리나라를 신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취임 후 가장 먼저 추진한 일은 기품원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었는데요. ‘4차 산업 기반의 첨단무기체계 정부품질관리’를 위해 첨단무기체계 전담 부서를 신설하였고, AI, 사이버무기체계 및 한국형 위성, 우주무기체계에 대한 품질관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KTL에서도 우주항공분야의 시험인증 미래사업을 선도하기 위해 진주에 항공우주센터를 개소하였죠. 우리 원에서도 우주와 관련된 활동을 준비하고 있기에 항공우주부품에 대한 인증, 시험 분야 등에서 다양한 협업을 통해 우주무기체계 신뢰성 분야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국내 방산업체의 기술과 자체 품질관리 수준도 향상되고 있습니다. 품질 4.0(Quality 4.0)의 등장으로 품질의 개념도 규격 일치 여부 검사에서 사용자 만족 위주로 변화했죠. 신무기체계도 등장하고 신속획득제도와 같은 제도의 발전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고자 우리 원은 적극적인 대외협력을 통해 역할을 정립하고 있습니다. 민군협력 차원에서 다양한 시험 지원, 교육 프로그램 개발, 학술 활동 등을 수행 중입니다. 또, 여러 기관과의 협력체계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국방품질 종합학술대회’, ‘군수품 현장품질·기술 혁신대회’, ‘ADEX 전시회’ 등을 통해 유관기관·기업과 정보를 교류하며 방산 수출을 지원하는 제도의 발전도 모색 중이죠.
더불어 조직과 개인의 전문성을 향상하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수 대학과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직원들에게 핵심 기술 분야인 인공지능, 유무인 복합 무기체계 등에 대한 교육도 지원하는 중입니다.
우리 원은 국가와 국방에 헌신한다는 자부심으로 소요군과는 야전 현장에서, 방산업체와는 개발·생산 현장에서 함께하며 국방과 방산 육성에 힘쓰고자 합니다. 우리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여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